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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 빈 사무실 13% 금융위기 뒤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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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사무실이 남아돈다. 서울 도심·강남·여의도권 할 것 없이 빈 사무실이 수두룩하다. 임대료가 비싼 대형 건물은 심하고 중소 빌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보다 지방도시는 더 어렵다. 오랜 불경기로 사무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공급물량이 넘쳐나서 그렇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의 사무실 건물 공실률은 13.1%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2008년 당시 공실률은 5.4%로 지금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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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공실률은 11.1%로 전국 수치보다 조금 낮지만 2008년(3.8%)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높다. 임대료가 비싼 큰 건물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서울권 중소형 건물의 공실률은 10%인 데 반해 대형은 13.1%로 평균치보다 높다. 권역별로 보면 도심권이 12.3%로 가장 나쁘고 그 다음은 강남권 10.8%, 여의도·마포권 9.2%, 기타지역 8.2% 순이다.

 지방도시의 형편은 심각하다. 부산·대구는 공실률이 15~16% 선이고 인천·광주도 18%대다. 대전은 21%가 넘는다. 실제로는 이보다 사정이 더 나쁜 건물도 수두룩하다. 임대료를 제대로 받기 위해 공실이 없는 것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서울 역삼동 두꺼비빌딩을 운영하고 있는 정용덕 회장은 “겉으로는 빈 사무실이 적은 것 같지만 강남 일대만 해도 공실률이 20%가 넘는 빌딩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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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사무실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임대료는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올 상반기 전국의 사무실 건물 임대료는 ㎡당 1만4800원이다. 2008년 1만5000원보다 좀 떨어졌다. 그러나 이 기간 서울은 1만8600원에서 2만500원으로 올랐다. 빈 사무실이 생기더라도 오히려 임대료를 올리는 대형건물 관리업체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산관리회사가 운영하는 대형건물은 공실이 생겨도 몇 달치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렌트 프리(rent free)’ 방식으로 수익률을 감안한 적정 임대료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사무실 임대 경기가 자꾸 나빠지자 그런 관행이 깨지는 분위기다. 2012년을 고점으로 서울의 임대료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정이 안 좋은 중소건물은 임대료를 내려서라도 빈 사무실을 채울 수밖에 없다. 비워두는 것보다 얼마라도 받고 세를 주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를 제값 받더라도 공실률이 10% 선을 넘어가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말한다. 건물주가 생각하는 적정 투자 수익률은 어느 정도일까.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부동산 펀드가 운용하는 빌딩은 6~7%이고 개인은 5% 정도로 잡고 있다. 이는 잠재적인 공실률을 5%로 예상하고 계산한 수치여서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아직까지는 견딜 만하다는 게 자산관리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빈 사무실이 크게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신축 건물이 너무 많이 공급된 점을 꼽는다. 자산관리업체 신영에셋에 따르면 서울과 분당권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총 900만㎡(273만 평) 규모의 사무실이 공급됐다. 연평균 180만㎡(54만 평)의 사무실이 건립된 셈이다. 이는 63빌딩(5만 평)의 약 11개 규모다. 이 수치는 2001~2009년의 연평균 공급물량 83만㎡(25만 평)의 두 배가 넘는다.

 지금도 사무실 물량이 넘쳐나는 데도 수많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전국에 대기 중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상암DMC, 판교 제2테크노밸리, 강동첨단업무지구, 마곡산업단지 등이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 파트장은 “지난 5년간은 도심재개발 사업 활성화 등에 힘입어 많은 신축건물이 공급됐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임대 사무실도 수급상황에 맞춰 공급물량을 조정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y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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