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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이르면 16일밤 안보법안 참의원 특별위 표결 강행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국민 반대 여론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고 있는 안보 관련 11개 법안을 둘러싼 공방이 최종 단계로 접어들었다.

아베 정권은 이르면 16일 밤 참의원 평화안전법제특별위원회에서 집단적 자위권과 자위대 해외 파병 확대를 골자로 한 안보 법안에 대해 표결을 강행할 방침이다. 요코하마(?浜) 지방공청회를 마치고 오후 6시부터 아베 총리가 출석하는 최종 질의를 2시간 가량 진행한 뒤 곧바로 표결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립여당은 이날 오전 간부 회의를 열고 늦어도 오는 18일까지 법안을 성립시키기로 다시 뜻을 모았다. 사토 쓰토무(佐藤勉)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여기까지 왔고 최종 단계인 만큼, 참의원의 양식이 제대로 행사되길 바란다”며 표결 강행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민주당과 유신당·공산당 등 야당의 저항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방안도 논의했다. 특히 야당이 17일 본회의 표결을 늦추기 위해 아베 총리와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의 문책 결의안을 참의원에, 아베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중의원에 각각 제출할 경우에 대비해 시뮬레이션까지 실시했다. 자민당은 결의안을 모두 부결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밤을 새우며 본회의를 열어 늦어도 18일까지는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5일 전직 재판관 출신 변호사 75명은 “해석 개헌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이 위헌”이라며 안보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참의원 의장에게 보냈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은 사람에게 형벌을 가한다. 법에 담긴 가치에 확신이 있어야 재판이 가능하고, (형벌을) 받는 사람도 납득한다. 법률은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학자와 학생 등이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법안은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일본)의 위신과 신뢰, 국민이 지지하는 가치에 상처를 입힌다”고 주장했다.

사이타마(埼玉) 가정재판소 재판장 출신인 기타자와 사다오(北澤貞男·75)는 “재판관은 퇴임 후에도 정치적 발언은 안 하는 게 통례지만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나고야(名古屋) 고등재판소 재판장을 지낸 다무라 요조(田村洋三·72)는 “재판관은 헌법을 지키는 것이 직무다. 입장 상 표명할 수 없지만 재판소에 있는 사람도 똑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참의원 특별위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비판이 잇따랐다. 야당 추천 인사인 고바야시 다카시(小林節) 게이오대 명예교수(헌법학)는 "명백하게 위헌인 법률이 다수결로 강행 처리되려고 하고 있다. 정치가가 헌법을 무시하는 것은 독재 정치의 시작"이라고 질타했다.

안보법안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학생 단체 ‘실즈(SEALDs)’의 지도부 중 1명인 메이지가쿠인(明治?院)대 4학년 오쿠다 아키(?田愛基)는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회를 이례적으로 9월 말까지 연장했지만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안 표결을 강행한다면 전국 각지에서 지금까지 이상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며 “연일 국회 앞에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다. 다음 선거에도 물론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국회 주변에서는 15일 밤에도 시위대 1만5000여명이 ‘아베 정권 퇴진’과 ‘전쟁 법안 폐기’ 등을 외치며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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