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 매듭 못 지어 별도로 국회 입법청원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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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단체가 경제발전노사정위원회의 ‘노동개혁 대타협’에 대해 15일 공동성명을 내고 “매우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또 5단체는 “별도의 국회 입법청원을 통해 노동개혁을 위한 마지막 시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대타협안을 수용키로 최종 결정한 지 하루도 안 돼 나온 입장이다. 공동성명엔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무역협회·경영자총협회가 동참했다.

 5단체는 “노사정 합의가 어려움 속에 타결됐지만 청년일자리 해결을 위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기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저성과자를 상대로 한 일반해고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해 ‘현행법·판례에 따라 기준·절차를 명확히 한다’는 선에서 그쳐 노동 경직성을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을 놓고 국회에 직접 법제정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대타협 서명 잉크가 마르기 무섭게 반발 성명이 나오면서 배경과 파장이 주목된다. 재계의 최대 불만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마지막까지 애먹은 핵심 쟁점에서 매듭을 짓지 못했다는 데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향후 노사정 협의를 통해 입법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경우 결국 중간 수준에서 절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성명서가 ‘기선 제압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재계가 노동개혁 타협안에 환영 일색일 경우 ‘대기업에 유리하게 타결됐다’는 오해를 부르고 향후 협상에서 노동계에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합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쟁점이 빨리 법제화할수록 인건비 절감을 통한 대기업 이익이 커진다”며 “어렵게 타결한 합의안을 훼손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노사정 대타협’이 원래 노동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중장기 권고’라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1983년 나온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의 정식 명칭은 ‘고용정책에 관한 일반 권고’다. 78개항의 내용은 ‘현재의 일자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재분배하기 위한 장기적 접근방법을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이지 않다. 네덜란드는 이를 통해 60%대 고용률을 70%대로 끌어올렸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이번 노사정 합의는 선진국보다 방향이 선명하고 실행 방안도 구체적”이라며 “경제 주체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기득권 지키기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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