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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불량국감]"의원 보좌진이 국감 증인으로 나올 수 있다고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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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3일 갑작스러운 국정감사 증인 출석 통보를 받았다. 통지서에 적힌 신문 요지는 ‘건강보험 부당청구, 병원 내 성희롱 등 열악한 노동환경’.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증인 출석 요청서엔 어느 국회의원이 부르는지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일주일 전 걸려온 전화 때문에 누군지 직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역구가 이곳인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이다.

이 병원 노조를 대표하는 한국노총의 김대일 철도ㆍ사회산업노조 교섭본부장은 14일 “8월 말께 이 의원실 보좌진이 전화해 ‘병원 측이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일방적으로 탄압한다는 제보가 있는데 병원장 A씨와 이 의원을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국감 증인으로 나올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병원은 3개월 넘게 지속된 민주노총 측의 집회ㆍ시위로 병원 운영에 차질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김 본부장은 “민주노총이 손배소송 취하는 물론 성희롱으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지부장의 징계까지 중단해 달라고 요구해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회의원이 권한을 남용해 가면서 개별 사업장의 노사 문제에 개입해 한쪽 편만 드는 건 매우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개별 노사문제를 다루는 건 최소화하려 하지만 노조탄압 제보가 들어온 이상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처음엔 대화를 해보자는 거였는데 병원 측이 과민반응을 보이며 ‘법대로 하라’고 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 때도 ‘요양보호사 집단해고’ ‘간병인 부당 노동행위’ 등을 이유로 해당 병원장을 부른 적이 있다”며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국회 복지위에서 다루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이 의원실 보좌진이 ‘건강보험 부당청구라는 신문 요지는 국감에 부르기 위해 일단 써 넣은 것이지만, 국감 후엔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실사를 나오는데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 없다’고 했다. 이게 협박이 아니면 대체 뭐냐”고 주장했다. A씨는 국감 이틀 전 이 의원을 찾아가 “민주노총에 대한 소송 취하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이 의원은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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