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태국, 2620만원 있으면 거주권 … 생활비 싼곳서 반퇴 새 삶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 국가는 한국인 퇴직자에게 은퇴비자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에 준비 없이 이민을 떠나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진 필리핀 은퇴청·중앙포토]

동남아와 남태평양 신흥국은 외화 확보를 위해 노후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은 한국인 퇴직자에게 이민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특성은 조금 다르다. 말레이시아에선 2001년부터 MM2H(Malaysia My 2nd Home) 은퇴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부 합산 기준으로 만 50세 이상 15만 링깃(약 4100만원), 50세 이하 30만 링깃(약 8200만원)을 예치금으로 말레이시아 은행 계좌에 입금해야 하고 한 달에 1만 링깃(약 270만원) 이상의 정기수입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통장에 30만~50만 링깃의 잔액도 있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자녀 부탁으로 손자·손녀와 교육 이민을 떠난 이들이 늘고 있다. 도완이 MCC 이사는 “말레이시아는 영어·중국어·말레이시아어가 공용어라 학교에서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도 배울 수 있다”며 “엄격한 이슬람 문화로 인해 치안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은퇴 이민에서 반퇴 이민으로 <중> 화려한 이민 환상 버려라
퇴직자 부르는 동남아·남태평양
말레이시아 예치금 최대 8200만원
필리핀, 연금 유무 따라 비자 달라
대부분이 은퇴이민자 취업 금지
월 250만원 이상 수입 있어야 생활

 필리핀은 1987년부터 은퇴청(PRA)을 설립해 국가 차원에서 은퇴 이민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PRA는 특별영주 은퇴비자(SRRV)를 운영하고 있다. 50세 이상 외국인 중 연금을 받고 있으면 1만 달러, 연금이 없으면 2만 달러의 예치금을 필리핀 개발은행에 맡길 경우 SRRV를 받을 수 있다. 3인 가족 기준이라 배우자와 미성년자 자녀 한 명을 추가로 데려올 수 있다. 여기에 1명이 늘어날 때마다 1만5000달러를 추가로 내면 된다. 난스의 이상헌 과장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고객에게 비용을 받지 않는다”며 “이민 대행업체는 비자 발급이 이뤄지면 필리핀 은퇴청에서 주는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피지는 3년 이내에 10만 피지달러(약 5500만원)를 피지 은행에 예치하면 ‘거주 허가’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만 45세 이상만 가능하다. 피지 이민 대행업체 에듀피아의 권선영 대표는 “영어권이라는 장점 때문에 피지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며 “200여 명의 한국인 은퇴 이민자가 피지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은 50세 이상 외국인이 80만 바트(약 2620만원)나 2만5000달러를 태국 은행에 예치하면 1년의 장기 체류비자를 내주는 ‘롱 스테이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이 은퇴이민자의 경제활동을 금지한다. 한용석 타임스터디 대표는 “동남아 국가 대부분은 국부 유출을 우려해 은퇴이민자가 현지 업체에 취직하는 걸 금지한다”며 “현지 물가 등을 고려하면 월 250만~300만원 정도의 고정수입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은퇴이민자 중엔 고액의 연금을 받는 교사·군인·경찰 등 공무원 퇴직자가 대부분이다. 건물 임대료 등 정기적인 수익을 가진 이도 많다. 이들은 한국에 집과 재산을 가진 채 추운 겨울 등에는 이민 국가, 나머지 시기는 한국에서 지내는 ‘철새 이민’ 생활을 하기도 한다.

 퇴직자들은 신흥국이 아닌 미국 등 선진국으로 떠나기도 한다. 이른바 ‘투자이민’ 형식이다. 미국은 투자이민 ‘EB-5’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이민국이 지정한 ‘지역개발센터(Regional Center)’에 50만 달러를 간접투자하거나 미국 내 일반 지역에 100만 달러를 직접투자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한 원금에 대한 손실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별취재팀=김동호 선임기자, 염지현·이승호 기자, 김미진 인턴기자 hope.bantoi@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