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퓨릭 "그래! 이 맛이라니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10년차를 맞는 짐 퓨릭(33.미국)에겐 항상 '비(非)정통적인(unorthodox)'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아웃코스로 백스윙을 한 뒤 다운스윙을 할 때는 안쪽으로 당겨 치는 '8자' 형태의 샷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정통 스윙을 구사하는 퓨릭이 마침내 일을 냈다.

1993년 PGA 2부투어 선수로 데뷔한 뒤 통산 7승을 거둔 퓨릭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 필즈 골프장 북코스(파70.6천5백41m)에서 끝난 US오픈 골프대회에서 합계 8언더파 2백72타로 우승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 2오버파 72타를 쳤지만 '미리 벌어놓은 게' 많아 2위 스티븐 리니(호주.5언더파 2백75타)를 세타 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우승상금 1백8만달러를 챙겼다.

퓨릭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가 기록한 2백72타는 잭 니클로스(80년).리 잰슨(93년).타이거 우즈(2000년) 등이 세운 대회 72홀 최소타 기록과 타이다.

샷 거리가 길지 않은 퓨릭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slow and steady)'을 금과옥조로 해 경기에 임했으며, 2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나선 이후 단 한번도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코 서두르지 않는 그의 스타일은 우승을 확정지은 18번홀(파4)까지 계속됐다.

두번째 샷을 앞두고 정신집중이 잘 되지 않자 어드레스를 풀고 다시 자세를 추스르는가 하면 그린 위에선 매번 마크를 하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에야 퍼터를 손에 들었다.

그러나 퓨릭은 마지막 홀에서 1.8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대회 최소타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퓨릭은 "내가 꿈꾸던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8자 스윙을 가르쳐준 스승이자 아버지인 마이크 퓨릭에게 공을 돌렸다.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날 2오버파를 쳐 합계 3오버파 2백83타로 공동 20위에 그쳤다.

이 대회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퓨릭을 비롯해 리니.케니 페리.마이크 위어 등 4명에 불과했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