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찜통에 녹고 있다" 에어컨 2600대 고장

미주중앙

입력

LA지역 공립학교 학생들이 '찜통 교실'에서 폭염과 씨름하고 있다. 화씨 100도 안팎의 무더위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지만 상당수의 학교 내 에어컨이 고장나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까 우려된다.

LA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이번 폭염이 시작된 이래 9일 현재까지 LA통합교육구(LAUSD) 산하 학교들로부터 2600건의 에어컨 수리 요청이 접수됐다. 특히 8일 하루 동안에만 346건이 쇄도했다. 통상 하루 평균 100건의 각종 수리 요청이 접수되는데 비하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수리 요청 적체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LAUSD가 1주일에 해결할 수 있는 수리 건은 평균 1000건 정도다. 현재까지 접수된 요청 건만 처리하는데도 3주 가까이 걸린다는 뜻이다.

LAUSD측은 에어컨이 고장 난 교실에 선풍기나 이동용 냉방기를 지급하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에어컨이 고장 난 학교는 주로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LA북쪽 샌퍼낸도 밸리에 집중됐다고 LAUSD는 밝혔다.

수리 요청이 급증한 주요 원인은 시설 낙후다. 사우스LA지역 토마스 엘바 에디슨 중학교의 냉방 시스템은 설치된 지 30년이 넘었다. 수시로 고장이 났지만 오래된 탓에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땜질식 수리로 연명해오고 있다. 지난 3일에도 컴프레서를 교체했지만 이번엔 환풍관이 말썽을 부려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학교 영어교사인 줄리 라콘테씨는 "찜통 교실에서 아이들이 녹고(melting) 있다"고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지난해 LAUSD는 이 학교 냉방 시스템을 교체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설계단계여서 2017년 7월에나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주류 언론들은 다른 학교들의 상황이 이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학습 여건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라콘테씨는 "실내온도가 90도가 넘는 교실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겠나"면서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책상에 머리를 대고 늘어져 있다. 눈 뜨고 볼 수 없는(miserable)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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