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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비상사태 검토…동서유럽 난민갈등

중앙일보

입력

난민문제에 강경입장을 고수해 온 헝가리가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검토 중이라고 AP·dpa통신 등이 11일 보도했다.

헝가리는 세르비아 국경지역에 건설중인 장벽 완공시기를 10월로 앞당기는 한편, 다음주 입국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새 법도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야노스 라자르 헝가리 총리 비서실장은 이날 “난민유입으로 테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내무부가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제안했고 15일 장관회의에서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 세르비아 접경지역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려는 난민들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이스트반 시미츠코 신임 헝가리 국방장관은 이날 세르비아 접경지역에서 군 병력 2000명이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지역에서는 군 병력과 교도소 수감자들이 4m 높이의 장벽을 건설 중이다. 헝가리 의회는 국경지대 장벽이나 철조망을 훼손하면 최고 5년형에 처하고 불법월경에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새 이민법을 통과시켜 다음주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15일부터 세르비아 국경에 ‘송환구역(Transit Zone)’을 만들어 난민의 입국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제사회는 ‘송환구역’ 운영이 난민들의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빈센트 코체텔 유엔난민기구(UNHCR) 유럽담당관은 “좁은 송환구역이 밀려드는 난민을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 결국 혼돈(chaos)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난민행렬이 가속화하면서 동·서유럽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지그마 가브리엘 독일 경제장관은 “난민들이 유럽국가들의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난민수용을 독려했다. 하지만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을 받게 하려는 주장”이라며 유럽연합(EU)의 난민 분할수용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난민들이 ‘기독교 복지국가’의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종교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시리아 난민수용에 소극적이던 미국이 내년에 최소 1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수용을 늘리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들어온 시리아 난민은 1500여명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NYT)도 존 케리 국무장관은 현재 연간 7만명인 난민수용 규모를 1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의회에서 비공개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이동현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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