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적극 권유한 중개업자, 손해 배상 책임 있나?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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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기자] # 3억5000만원 가량의 여유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고 싶은 김씨. 평소 친분이 있던 공인중개사에게 의뢰해 마땅한 물건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씨는 중개업자를 통해 여러 물건을 소개받았지만 자금이 부족해 번번히 거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남시에 있는 전 830㎡와 건물을 소개받았습니다. 이 물건의 가격은 12억5000만원으로 김씨가 투자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개업자는 “이 부동산을 매수할 다른 사람이 있으니 계약금만 지급한 후 잔금납부일 전에 이를 전매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김씨를 적극적으로 설득했습니다.

김씨는 단숨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중개업자의 말에 혹해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김씨는 2010년 3월 10일 계약금 1억2000만원을 지급하고 두 달 후인 5월 10일에 잔금을 납입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중개업자의 말과는 달리 이 물건을 되팔 사람은 잔금 납부일까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씨는 잔금을 마련할 수 없게 됐고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했습니다.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김씨는 중개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이 사건의 김씨가 중개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면 먼저 중개행위에 대한 기준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공인중개사의 중개행위에 따른 책임 범위에 대해 대법원은 “매매계약을 알선한 중개업자가 단순히 계약의 체결만을 알선하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계약 체결 후에도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 및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 등과 같은 거래당사자의 계약상 의무의 실현에 관여함으로써 계약상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주선할 것이 예정돼 있는 경우에 그러한 중개업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의 알선 중개를 위한 행위로서 중개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4.07.10 선고 2012다42154 판결)

자금 사정 고려한 적정한 투자 필요

이 사건의 중개업자는 김씨의 부족한 자금 사정을 알고 있었고 잔금일 전까지 해당 부동산을 되팔아 잔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권유해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즉 중개업자는 단순히 계약 체결만 알선한 것이 아니라 잔금의 지급 등 계약상 의무가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주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중개업자의 중개행위는 단순히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김씨가 잔금일까지 부동산을 되팔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까지 포함됩니다.

위 중개업자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서 정한 “중개업자가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때”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중개업자는 김씨가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 주변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위 사건처럼 본인의 자금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문가의 조언만 듣고 투자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높은 수익률 뒤에는 그만큼 높은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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