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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4000만원 융자 받고 귀어·귀촌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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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유기준
해수부 장관

아베 피에르 프랑스 가톨릭 신부가 지은 『단순한 기쁨』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기업인이 물고기를 잡고 오는 어부에게 “또 잡으러 나갈 것이냐”고 물었다. 어부는 “왜”라고 되묻는다. 기업가는 “물고기를 더 잡으면 돈이 더 생기고, 돈을 많이 벌면 투자를 해서 빌딩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요?” 어부의 질문에 기업가가 대답한다. “그러면 은퇴하고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며 여유 있게 살 수 있잖아요.” 이 말에 어부가 말한다. “제가 지금 그렇게 살고 있잖아요.”

 현실적으로 어촌의 삶이 이 얘기처럼 낭만 있는 삶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매일 출·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의 일상과는 다른 삶을 소망한다면 어업은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멋진 선택이다. 올해 큰 화제를 모은 방송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어촌편은 탈도시화 열망과 개성 있는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5년간 귀어·귀촌정책 자금을 지원받은 대상자는 410여 가구다. 같은 기간 귀농 정책 자금을 지원받은 대상자가 5000여 가구인 것과 비교하면 미미하지만, 어촌으로 사람이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반가운 소식이다.

 수십 년간 많은 어촌 사람이 삶의 터전인 바다를 뒤로 하고 더 많은 벌이, 더 편한 환경을 찾아 도시로 떠났다. 1990년 50만 명이던 어업인수는 이제 14만7000명으로 줄었다. 어촌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30%다. 한국 전체 고령화비율 12%보다 높다. 실제로 어촌에 가보면 아이 울음소리를 듣거나 교복 입은 학생을 보기가 어렵다.

 나는 귀어귀촌에 대해 낙관적이다. 우선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되면 웰빙 식품인 수산물에 대한 수요는 커진다. 건강에도 좋고 품질도 우수한 한국 수산물은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다. 중국도 한국 수산물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중국인은 지난해 1인당 수산물 35kg을 소비했다. 연간 1kg씩만 더 소비해도 140만t의 수산물이 필요하다. 한국 연근해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양이다. 그만큼 시장은 충분하다.

 어촌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물고기 잡는 장소를 넘어 이제는 6차 산업화를 통해 휴양과 문화가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산업 수요가 쏙쏙 떠오르고 있다. 젊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활약상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막연한 동경만으로 귀어귀촌에 뛰어들 수는 없다. 꼼꼼한 사전준비는 성공적인 귀어귀촌을 위해 필수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귀어귀촌종합센터’를 열어 정보 제공부터 기술교육까지 희망자의 준비와 정착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있다. 창업과 주택 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2억4000만원까지 융자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정책자금 지원 금리도 3%에서 2%로 인하했다. 1년 이상 도시에서 거주하고 귀어귀촌 교육을 이수해야하는 등 지원자격을 충족한 자는 심사를 통해 정책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어촌의 미래는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 앞으로 어촌이 활력을 찾고 수산업이 희망찬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