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 이내 성범죄자 6명 이상 사는 초·중·고 1609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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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일 오후 2시쯤 서울 동대문구 Q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기자가 정문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데 제지하는 이가 없다. 정문 근처에 ‘외부인은 방문증을 패용하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제복을 입은 남성이 서 있었지만 기자를 보고도 방문 사유 등을 묻지 않았다. 운동장에는 학부모로 보이는 성인 10여 명이 서 있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는 반경 1㎞ 이내에 성범죄자가 32명 살고 있다. 상가 건물과 골목으로 이어지는 이 학교 후문에는 출입자를 확인할 인력이 배치돼 있지 않았다. 자녀를 데리러 나온 주부 이모(37)씨는 “성폭력 관련 안내문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학교 인근에 30명이 넘는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지는 전혀 몰랐다. 학교를 드나들 때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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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 주변 성범죄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반경 1㎞ 이내에 성범죄자가 6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 초·중·고교가 전국에 1609곳이었다. 초등학교 776곳, 중학교 458곳, 고등학교 342곳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49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367곳, 인천 197곳, 부산 140곳 등이었다.

 성범죄자가 학교 인근에 살고 있지만 학생 보호 방안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반경 1㎞ 이내에 성범죄자가 10명 이상 있는 초·중·고조차 경비실이 없거나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인력이 상시 근무하지 않는 학교가 상당수였다. 안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실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Z초등학교는 인근에 성범죄자가 10명 거주하고 있지만 경비실조차 없었다. 경기지역의 경우 1㎞ 이내에 성범죄자 10명 이상이 사는 초등학교가 62곳에 달하지만 경비실이 없는 곳이 21곳(33.9%)이었다.

 학교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가 얼굴을 식별할 수 없는 수준인 학교도 많았다. 학교 앞에 성범죄자가 10명 이상 거주하는 학교들 중 CCTV로 얼굴 식별이 가능한 100만 화소 이상인 경우는 서울 31.5%, 대구 38.2%, 광주 30.4%, 경기 37.2%, 전남 18% 등에 불과했다.

 주변에 성범죄자가 많이 사는 학교인데도 정부로부터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학교도 상당수다. 정부는 2010년부터 위험에 노출된 학교를 ‘학생안전강화학교’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이들 학교에는 경비실과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등이 설치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성범죄자 10명 이상이 인근에 사는 초등학교 24곳 중 학생안전강화학교로 지정된 곳은 10곳이었다. 안 의원은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 인근에 성범죄자가 많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학부모가 태반”이라며 “교육 당국은 학부모들이 실태를 알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에는 서둘러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탁 기자

주재용 인턴기자(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4)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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