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지친 호랑이 깨웠다, 김기태 ‘일어나’ 노래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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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기태(左), 이범호(右)

프로야구 KIA의 홈구장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9일 경기를 앞두고 김기태(46) KIA 감독은 외야에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김 감독이 10분 정도 이야기하는 동안 야구장에는 노래가 울려퍼졌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고(故) 김광석의 ‘일어나’였다.

 감독이 주도하는 선수단 미팅은 보통 라커룸에서 이뤄진다. 분위기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김 감독은 탁 트인 외야에서 자연스럽게 선수들을 모았다. 그는 “지금 선수들이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겠는가. 저 노래처럼 ‘포기하지 말고 일어나 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최하위 후보로 올 시즌을 시작한 KIA는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며 중위권 다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5위에 오른 뒤 선수들의 플레이가 위축되고 부상이 잦아졌다. 지난 12경기에서 2승10패에 그친 KIA는 전날까지 5위 롯데에 1.5경기 차 뒤진 7위에 머물러 있었다. 한여름 상승세가 뜨거웠던 만큼 최근의 슬럼프가 깊다. 8일 NC전에선 해커에게 90구 완투패를 당했다. 가장 어려울 때 김 감독은 격려의 말과 노래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KIA는 9일 NC전에서 1회 이호준, 3회 나성범에게 적시타를 맞고 0-2로 밀렸다. 5회 1점을 추가한 KIA는 6회 이범호의 솔로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김민우의 솔로포가 터져 3-2로 역전했다. 이어 KIA는 1사 1, 2루에서 김원섭의 적시타로 1점 더 달아났다. KIA는 8회 2점을 추가하며 6-2 승리를 거뒀다. KIA 선발 스틴슨은 6과3분의1이닝 4피안타·2실점으로 시즌 11승(9패)째를 올렸고, 이범호는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며 침체한 타선을 이끌었다. 이범호는 “감독님이 즐거운 분위기에서 남은 경기를 치르자고 했다.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주문대로 ‘일어난’ KIA는 순위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SK에 패한 롯데를 0.5경기 차로, 6위 한화를 승차 없이 추격했다.

 서울 목동에서는 넥센이 11안타를 쏟아내며 두산에 10-5 역전승을 거두고 35일 만에 3위로 올라섰다. 넥센은 4-5로 뒤진 6회 1사 만루에서 박병호가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6-5를 만들었다. 이어 유한준의 2타점 적시타와 김민성의 투런포까지 터지면서 두산을 무너뜨렸다. 오른 어깨와 허벅지 부상에서 복귀한 두산 니퍼트는 5회 등판해 1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부진, 패전투수가 됐다. 4연패를 당한 두산은 넥센에 1경기 차 뒤진 4위로 내려갔다.

 인천에서는 8위 SK가 롯데를 3-2로 이겼다. SK 선발 세든이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5패)째를 올렸다. SK 정의윤은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9위 LG는 서울 잠실에서 한화에 8-1 대승을 거뒀다. LG 선발 소사는 8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다 김경언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대기록을 놓쳤다. 그러나 소사는 9이닝 4피안타·10탈삼진·1실점 완투승(9승10패)을 올렸다. 지난 5일 두산전에서 117구를 던지고 나흘 만에 선발 등판한 한화 송창식은 1회 이진영에게 투런포, 2회 유강남에게 솔로포를 맞고 무너졌다.

 대구에서는 세 차례 동점 끝에 선두 삼성이 6회 채태인의 솔로포를 앞세워 kt를 6-5로 이겼다. 삼성 마무리 임창용은 9회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27세이브(구원 단독 2위)를 올렸다.

광주=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프로야구 전적(9일)

▶LG 8-1 한화 ▶SK 3-2 롯데 ▶KIA 6-2 NC ▶삼성 6-5 kt ▶넥센 10-5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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