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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40% 돌파-저성장 사이 '절충 예산'

중앙일보

입력

‘경기 부양과 재정건전성 유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내년 예산안의 고민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후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세는 미약하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란 악재도 도사리고 있다. 경기만 본다면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절실하다. 그러나 나라 빚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40.1%)이 사상 처음 40%대에 진입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9년 이 비율이 30%선을 넘은 지 7년 만이다.

고심 끝에 전년보다 지출총액은 늘리되 증가폭은 줄인 ‘절충점’을 찾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내년 예산(총지출 기준) 증가율은 3%로 올해(5.5%)보다 낮다. 지난 2010년(2.9%)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그러나 총수입 증가율(2.4%)보다는 총지출 증가율이 높아 긴축이 아닌 ‘확장 예산’으로 분류된다. 최 부총리는 “경기 활성화와 재정건전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 고민한 예산”이라며 “경제가 어려울 때는 일시적인 재정 수지 악화를 감안하더라도 경제를 살려야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총수입 중 국세 세입예산은 22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추가경정예산 포함)보다 3.4% 늘어나는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을 4.2%로 가정해 산출했다. 올해 예산 편성 시 정부가 추정한 경상성장률 6.1%보다 1.9%포인트 낮다. 세수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아 2012년 이후 계속된 ‘세수 결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빠듯한 살림살이 내에서 경기 부양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자칫 양쪽 다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갑을 닫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와 투자 모두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 재정 지출을 줄일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도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지면 청년실업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일정 부분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렇다고 재정건전성을 간과할 수도 없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40%대 초반으로 관리하기 위해 2019년까지 재정 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2.6% 정도로 억제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3%)보다도 낮다. 씀씀이를 억제해야 국가채무를 GDP대비 40% 초반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지출을 늘리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지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효율성을 높이자면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성장에 직면한 일본이 재정 지출을 마구 늘리다 국가채무만 눈덩이처럼 불리고 디플레이션 늪에 빠졌던 전철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성장률에 과도하게 집착해 예산을 쓰기보다는 구조 개혁을 통해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도 “이제 정부가 돈을 푼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구조가 아니다”며 “노동개혁과 같은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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