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0년 백건우 “이젠 음악이 편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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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55년 서울 명동 시공관(현 명동예술극장). 만 9세 백건우(사진)의 첫 피아노 독주회가 열렸다. 어렵기로 유명한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오케스트라 아닌 피아노 반주로 연주했다. 백건우는 이듬해 국립교향악단과 협연한 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로 데뷔 60주년이다. 7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백건우는 “음악은 긴 여행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연주할 피아노 작품은 무한하고, 이런 점에서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피아노 인생은 ‘탐구’에 가까웠다. 1970년대에 세계 데뷔 무대에서 라벨 전곡을 연주했다. 이후엔 리스트·라흐마니노프·베토벤 등 한 작곡가의 크고 작은 작품을 찾아내 파고들었다. 또 기존에 자주 연주되지 않았던 곡들을 선택해 무대에 올렸다.

 이달 여는 독주회에서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이다. 인기가 많은 2번에 비해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곡이다. 연주 시간이 길고 규모도 장대하다. 백건우는 “한국 독주회는 특정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 여는 경우가 많다”며 “1번 소나타는 교향곡 같은 느낌이 들고, 특히 내가 오래 전부터 빠져든 러시아 음악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음악을 두고 인간적·서민적이라고 했다.

 이번 독주회에서도 작곡가의 세계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그는 “젊을 때는 연주에서 나를 증명해야 하고 청중을 설득해야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음악을 참 편하게 다룰 수 있고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데뷔 60년째의 독주회를 여는 마음을 설명했다. 공연은 17일 천안예술의전당, 18일 서울 구리아트홀, 19일 군포시문화예술회관,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23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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