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대신 반성 … 프로농구, 힘겨운 새 시즌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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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이 7일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선전을 다짐했다. [뉴시스]

프로농구 관계자들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진지했다. 이들은 ‘희망’과 ‘기대’ 대신 ‘사과’와 ‘반성’을 먼저 언급했다. 2015~2016시즌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는 최근 불거진 승부조작 의혹 여파로 어느 때보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프로농구 새 시즌을 앞두고 7일 서울 서초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프로농구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10개 구단 감독·선수들은 저마다 새 시즌 청사진을 밝혔다. 참석자들은 무거운 분위기 속에 단어 선택에 신중했고, 말을 아꼈다.

 프로농구는 주요 선수와 감독들이 여러가지 의혹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전창진(52) 전 KGC인삼공사 감독이 불법도박·승부조작 연루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은 게 출발점이었다. 지난달에는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에 돈을 걸거나 베팅에 관여한 혐의로 프로농구 전·현직 선수 8명이 조사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뒤이어 현역 국가대표 가드 김선형(27·SK)이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와 농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이어지자 KBL의 수장부터 몸을 낮췄다. 김영기(79) 프로농구연맹(KBL) 총재는 “프로농구가 안위와 오만으로 농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께 큰 실망을 안긴데 대해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합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농구 관계자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김진(54) LG 감독은 “일어나선 안될 일이다. (농구계) 의식 개혁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창진 전 감독의 후임으로 인삼공사 지휘봉을 잡은 김승기(43) 감독대행은 “잘못된 부분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방안으로 각 팀 감독들은 ‘재미있는 농구’를 이야기했다. 추일승(52) 오리온스 감독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팬들을 위해 재미있고 화끈한 농구를 선보이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전창진 전 감독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문경은(44) SK 감독은 “밝고 맑은 마음으로 팬들을 위한 경기를 해야 한다. 코트에서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항의도 줄여가면서 재미있는 경기를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멤버 구성과 상관 없이 (우리 팀에) 그 분의 피가 흐른다고 생각하겠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했다. ‘그 분’은 김 감독대행이 9년간 보좌했던 전창진 전 감독이다. 전 전 감독은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증거 부족’으로 기각돼 한숨 돌렸지만 농구계에 물의를 빚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KBL은 10일경 10개 구단 선수와 코칭스태프, 심판이 모두 참가하는 자정 결의대회를 열고 새출발을 다짐한다.

 ◆김선형, 불법 도박 관련 피의자 신분 조사=농구대표팀 멤버로 지난달 29일부터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에 참가했던 김선형은 7일 귀국하자마자 의정부 경기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르면 8일 프로농구 승부조작 및 불법 베팅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거나 새로운 용의자가 나올 경우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선수 두 명이 불법 베팅 가담 혐의를 받고 있는 오리온스 관계자는 “훈련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면서 “경찰의 발표 내용에 따라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지훈·김지한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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