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비행' 조종사 양성 위해 인성·실무 교육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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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대는 미래 유망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항공 관련 전공을 특성화 학과로 정해 항공 전문가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항공운항학과의 비행기 조종 실습 장면.

국제항공시장이 확대되면서 항공조종사는 최고의 인기 직종으로 자리잡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국제항공시장은 향후 10년간 매년 5%씩 성장하고 향후 20년간 전세계적으로 53만여 명의 조종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아시아 항공시장의 경우 2032년까지 매년 6%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조종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5년 뒤 전세계 조종사는 현재의 두 배인 98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원대 항공운항학과는 이 같은 항공 시장의 급속한 발전과 운항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는 전문 조종사를 양성하고 있다.

조종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인성을 최고의 교육과정으로 삼는다. 인성을 기본으로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비행실무능력을 배양시키는데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

유니폼을 입은 항공서비스학과 학생 단체 모습.

항공사·군에 필요한 실무능력 배양

남석우 항공운항학과장은 “수많은 청년이 첨단기술의 총체인 항공기를 조종해 하늘을 날고자 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항공기 사고들을 보면 조종사의 기본 인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항공기 조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지식과 실기능력·안전의식·위기관리능력 등이 모두 합쳐져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만 항공사와 군에서 요구하는 조종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원대 항공운항학과는 통합적인 항공조종사에 적합한 인성·기술·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항공사와 공군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교수진이 경항공기 중심의 교육이 아닌 항공사와 각 군에서 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항공사의 국제기준과 군에서 필요한 인재상을 교육에 미리 반영하자는 의도다.

중원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비행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항공기 비행 실습을 1학년 때부터 시작해 항공기 운항 시간과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한다.

학생들은 4년간 자가용, 계기비행증명, 항공무선 통신사, 자격증 취득을 비롯해 사업용조종사가 되기 위한 심화과정을 통해 항공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지식을 갖춰 졸업과 동시에 다양한 진로로 조종사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간다.

항공재료공학과 학생의 비행 부품 연구 장면.

정비·재료공학·서비스학과도 유망

항공정비학과는 비행기와 모의비행장치 등을 이용한 체계적인 실무교육으로 군과 산학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양성한다. 항공정비사, 항공산업기사 같은 자격증을 취득해 항공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항공재료공학과는 항공기 제조를 위한 재료 설계와 가공 공정의 기술을 가르친다. 재료·기계·화학공학 같은 기초공학과 에너지·전자·복합재료학을 공부하며 첨단기술이 집약된 항공재료 개발 능력을 기른다. 항공재료분야와 전기전자·자동차·에너지 관련 산업현장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할 수 있다.

항공정비학과 학생의 정비 실습 모습.

항공서비스학과는 바른 인성, 국제적 매너를 겸비한 외국어 구사 능력, 체계적인 이론과 실습을 통한 항공 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 첨단 시설이 갖춰진 교육장에서 관·산·학에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교수진들이 가르친다.

외국어 교육과 승무원이 갖춰야 할 안전교육·공항업무·항공예약 같은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이호일 항공대학장은 “국제적인 항공기술, 인재, 콘텐트 교류와 국외 항공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항공대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파일럿 꿈 좇아 반수…수업 벅차지만 행복"

인터뷰 항공운항학과 강한솔(1학년) 양

2008년 11월 민간 항공기에서 첫 여성 기장이 탄생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조종사는 여성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직종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 기장을 꿈꾸는 수험생이 항공운항학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강한솔(사진)양 역시 파일럿을 꿈꾸기 위해 이 학과에 도전했다.

강양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른 대학을 다녔지만 포기하고 올해 중원대 항공운항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좋은 대학을 다니다가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게 인생의 목표였다.

하지만 대학 이름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다 보니 흥미가 떨어졌다. 그렇게 1학기를 방황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이 바로 파일럿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뒤늦게 찾은 셈이다.

“그저 주어진 현실에 맞춰 살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행복하지 않은 내 모습을 보며 ‘그럼 나는 무슨 일을 했을 때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스스로 질문에 답해본 결과 파일럿이라는 직업이 떠오르더군요. 전문직인데다 영어와 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금녀의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강양은 항공운항과에 입학한 뒤로 하루하루가 즐겁다. 빼곡히 짜여진 이론과 실습시간을 소화해 내야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행복을 느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시뮬레이터를 처음 탔을 때에요. 조종사가 된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는데 가상의 공간이지만 내가 조종하는 비행기로 모의 비행을 해보니 제가 원하는 꿈에 한 발 다가선 느낌이었습니다.”

강양이 공부하는 항공운항과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 등 유명 민간항공사에서 수 십 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교수들이 많다. 전국에 있는 8개 항공운항학과 가운데 가장 늦게 개설됐지만 다른 대학에 비해 빠른 시기에 시뮬레이터를 도입했다. 시뮬레이터는 여러 기종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중원대는 명문 항공대학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비행장 건설도 추진하고 항공기도 추가 구입할 계획이다.

강양은 “여러 대학에 항공운항과가 있지만 이 대학만큼 학생들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 곳은 없을 것”이라며 “20대에 항공사에 취업해 기장이 된 후 정년까지 아무런 사고 없이 행복하게 비행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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