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대우' 옛 해외법인들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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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옛 대우 그룹 계열사들의 해외법인 정리 작업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자생존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 대우계열사들의 경영 정상화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15일 대우의 해외 채권을 매입해온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에 따르면 현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옛 대우 계열사의 해외법인은 ▶㈜대우 8곳▶대우전자 8곳(생산법인 4곳 포함)▶대우자동차 2곳▶중공업 1곳 등 모두 19곳이다.

또 상당수 해외법인은 매각이나 독자 생존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부채와 종업원 처리 등 현안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엇갈려 제대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해외 12개국에 15개 생산기지를 가동해온 대우차는 GM대우로 간판을 바꿔달면서 베트남 하노이 공장(VIDAMCO)만 인수하고 나머지 생산법인 14곳은 모두 매물로 내놨다.

그러나 가장 큰 생산법인인 폴란드법인(FSO)을 포함, 중국 산둥의 자동차엔진법인(SDAC)과 인도생산법인(DMIL), 루마니아 법인, 우즈베키스탄 법인 등은 매각 논의만 진행 중일 뿐 계약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앞으로 3년간 해외 생산법인들에 부품을 공급하기로 보장해 가동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독자생존이 가능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11월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이름을 바꾸기 전 이미 1백여개에 달하던 해외 법인을 50여개로 줄였지만 정리 대상인 8개 해외법인 정리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KAMCO 자체 조사에 따르면 대우전자의 홍콩.멕시코.스페인.중국 등 일부 생산법인은 매각이나 독자생존 대신 청산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지만 공장 폐쇄를 둘러싼 현지 근로자들의 반발이 커 청산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현재 완전히 정리가 된 법인은 데포카.데니카 등 폴란드에 있는 두개 법인과 데위코(중국).뎁사(페루)등 4개 법인뿐이며 나머지는 자체 부채와 종업원 처리 등 현안이 많아 청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우전자와 자동차 신설 법인 측은 "해외법인 정리 문제가 신설 법인의 경영에 별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은"규모가 작은 판매 법인들도 청산 등 완전 정리까지는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며 "해외법인의 처리 문제가 지연되면 신설 법인들의 해외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법인의 정리가 어렵다 보니 해외 법인들의 채권을 떠안은 KAMCO의 채권 회수 여부도 불투명하다.

KAMCO는 자동차.전자.㈜대우.중공업.대우통신 등 옛 대우 5개 계열사의 53개 해외법인이 안고 있던 채권 중 29억7천만달러어치를 사들였으나 회수된 돈은 1천3백여억원에 불과하다.

KAMCO 해외채권관리부 주상규 팀장은 "대우의 해외법인들로부터 사들인 채권이 대부분 무담보 채권인데다가 강제로 해외법인의 채무를 갚게 하는 수단도 없어 채권 회수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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