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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 미착용 7만5082명, 부끄러운 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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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해 대구에선 1만441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173명이 사망했다. 2013년보다 사고는 859건, 사망자는 16명이 늘었다. 올 들어서도 7월 말까지 8075건이 발생해 93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에선 지난해 서울과 경기·경북 다음으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또 지난해 전국에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도심 교차로 5곳 중 죽전네거리·범어네거리·계산오거리 등 3곳이 포함됐다. 한마디로 ‘교통질서 0점 도시’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교통 기초질서가 그 시작이다. 안전벨트를 매고, 휴대전화를 놓고 핸들을 쥐고 운전하며, 신호를 잘 따른다면 최소한 교통 0점 도시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다는 게 경찰관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1일 신천대로 수성교 앞. 경찰관 3명이 1m 간격으로 서서 지나가는 차량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1분 뒤 경찰관이 도로로 뛰어들어 차량 3대를 잇따라 세웠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운전자를 잡은 것이다. 수성교 앞은 10여 년째 경찰관이 기초질서 위반 운전자를 단속하고 있다. 그런데도 운전자들은 휴대전화 통화, 신호 위반, 안전벨트 미착용 등으로 종종 적발된다. 한 경찰관은 “수 년째 기초질서를 지키라고 이렇게 표시 내고 서 있어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대구 시민의 기초질서 지키기는 부끄러울 정도다. 2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 말까지 경찰에 적발된 안전벨트 미착용 운전자는 7만5082명. 지난해 전체 적발 운전자(5만9859명)보다 1만5223명이 더 많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9210명)보다도 3만5872명이 늘었다.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통화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4429명이 단속돼 지난해 전체 단속 운전자(3721명)보다 많아졌다.

 사고와 직결되는 신호 위반 증가세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올 들어 1만6386명의 운전자가 신호 위반으로 단속됐는데, 이는 지난해 적발된 전체 운전자수(1만8564명)에 육박한다. 2013년엔 1만2879명이 신호를 지키지 않아 경찰에 단속됐다. 답답한 경찰은 교통질서 0점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최근 엄격한 근무 지침까지 만들었다. 뺑소니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범인이 잡힐 때까지 매일 밤 9시까지 수사 회의를 계속하고, 교통사고 사망자가 나오면 그 지역 담당 경찰관이 매일 2시간씩 범인이 잡힐 때까지 초과 근무를 하는 식이다.

 박기영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지역 민방위 교육장에 경찰관을 보내 기초질서 지키기 필요성을 홍보하는 한편 교통사고 관련 동영상까지 별도로 제작해 식당 등에서 틀어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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