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 팔던 외국인, 자동차·에너지는 비중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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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8월은 국내 증시에 먹구름이 드리운 달이었다.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우려, 중국 증시 급락· 위안화 평가절하, 대북 위협이란 악재가 겹치며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1일 2000선이 깨졌다. 21일엔 1900선을 내주더니 24일 1829.81까지 내려갔다. 다행히 관련 악재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며 반등했지만 1900선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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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지수의 부진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오랫동안 ‘팔자’에 나선 외국인 탓이 크다. 외국인은 지난달 5일부터 2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0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 했다. 누적 금액만 4조2412억원에 달한다. 코스피가 하락세를 보인 시기와 일치한다. 2000년대 들어 20일 이상 외국인이 ‘팔자’에 나선 건 2005년 3월(20일)과 2008년 1월(21일), 2008년 7월(36일) 뿐이다.

 코스피 지수는 과거에도 외국인의 주식 매매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증시 투자 주체 중 2012년 이후 코스피 지수와 상관계수가 가장 높은 곳은 외국인(0.68)이다. 외국인이 순매수하면 지수가 상승하고, 외국인이 순매도하면 지수가 내려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이 순매수로 바뀌지 않는 한 코스피 반등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마침 외국인 투자에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있다. 8월말 부터 매도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평균 4800억원을 팔았다. 지난달 24일엔 하루에만 72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28일부터는 300억원대로 축소됐다. 1일엔 74억원 어치를 파는 데 그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중국 증시 변동이 이어지는 중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며 “세계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지 않자 외국인이 매매 패턴을 바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신흥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 증시에서 추가적인 자금회수는 제한적”이라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본다면 이미 과거 평균을 넘어서 매도 규모는 작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 20일간의 매도 흐름 속에서도 외국인은 에너지, 자동차·부품, 건강관리, 보험, 증권, 기계 등 16개 업종에선 투자 비중을 늘렸다. 대신 반도체·장비, 지주사, 소매, 필수소비재, 운송 등의 비중은 줄였다. 이경민 연구원은 “외국인은 순매도를 하면서도 국제유가 반등, 원화 가치 상승 등의 가능성을 두고 관련 업종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흐름을 따라간다면 코스피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 경기 불안 등 이른바 ‘G2’발 위험이 없어진 건 아니다. 18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국내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거란 분석도 많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의 발언 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FOMC 회의까지는 미국의 8월 비농업고용과 시간당 평균임금 및 실업률 등 고용지표에 주목하며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환율 영향으로 자동차 관련주가 반등하긴 했지만 시장 전체는 불안정하므로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며 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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