껑충껑충 임팔라…'한국적 코드'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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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팔라. [사진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한국GM의 쉐보레 대리점. 검은색 ‘임팔라(Impala)’ 자동차가 손님을 기다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고객 모두 임팔라부터 찾았다. 구석구석 매만지던 안모(43)씨는 “국내 준대형차를 타다 수입차 모델을 찾던 중”이라며 “가격대가 괜찮아 보여 실물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황성수(53) 종로 대리점 대표는 “지난주 금요일 차가 전시장에 도착한 뒤 고객의 70% 가량이 임팔라를 보러온다”고 했다.

57년 내공이 녹아 있는 ‘임팔라’가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임팔라는 3m씩 뛰어오르는 아프리카 ‘영양(羚羊)’에서 따온 이름이다. 1958년 미국에서 태어나 지구촌 곳곳에서 1600만대가 팔린 GM의 ‘자존심’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출고한 임팔라는 31일 하루엔 900대 가까운 계약이 이뤄졌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한달 간 사전계약을 포함해 5000대 계약이 몰렸다”고 말했다. 임팔라 출시 전에 단종된 ‘알페온’은 지난 2010년 출시 때 첫 달 계약이 총 900대 수준이었다. 단종 직전엔 매달 300~400대 판매에 그쳤다.

‘준대형차 영역’은 격전지다. 맹주인 현대차 그랜저가 버티고 있다. 독일ㆍ일본 차들도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위엄있는 포스(기운ㆍForce)’를 임팔라의 무기로 꼽는다. 전장이 5110㎜으로 그랜저(4920㎜)보다 길다. 535리터의 트렁크엔 골프 가방을 세로로 세워서 넣을 수 있다. 골프 가방은 4개까지 들어간다. ‘크고 위풍당당한 차’를 좋아하는 한국인 기호에 맞는다.

그러면서 ‘가격 경쟁력’을 더했다. 임팔라 2.5리터 모델이 3409만원, 3.6리터 짜리가 4191만원이다. 회사 측은 “미국보다 300만~400만원 싸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그랜저 HG 300 모델의 경우 3200만~3700만원 선이다. 또 동급 모델인 포드 토러스(5140만원), 토요타 아발론(4810만원) 등과 비교해도 앞선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존의 대우차에 대한 인식을 씻어줘 소비자들에게 먹히는 것 같다”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크기에 합리적 가격대로 선택 폭을 넓혔다”고 분석했다. 전국 300개에 달하는 쉐보레 정비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이런 초반 돌풍을 계속 몰고 가느냐 여부다. 한국GM은 2005년부터 스테이츠맨ㆍ베리타스ㆍ알페온 등 준대형급 이상 차량을 잇따라 내놨지만 모두 ‘존재감’이 미약해 고배를 마셨다. 외모는 그랜저의 윗 체급인 제네시스 수준인데 편의장비ㆍ승차감은 이보다 못하다는 지적도 새겨야 할 과제다.

한편 한국GM은 개별소비세 인하를 반영해 9월 한달 간 말리부ㆍ크루즈 등 쉐보레 모델의 가격을 최대 72만원 내리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차종별로 최대 280만원의 현금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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