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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 발랄한 내 모습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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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 / 사진= 전소윤(STUDIO 706)

[인터뷰│옴니버스 로맨스 ‘오늘영화’의 여배우들]엉뚱 발랄한 내 모습 그대로
‘뇌물’ 박민지

‘오늘영화’(8월 20일 개봉)는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 강경태 감독의 ‘뇌물’, 구교환·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까지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로맨스영화다. 남녀 간의 로맨스를 재기 발랄하게 풀어내며 독립영화 특유의 참신함을 한껏 보여준다. ‘백역사’의 정연주(25), ‘뇌물’의 박민지(26), ‘연애다큐’의 임성미(29) 등 각 에피소드의 여주인공은 꾸밈없는 연기로 현실 연애의 민낯을 보여준다.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영화의 잔상이 오래 남는 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이들의 연기 덕분일 터. 영화 속 주인공처럼 힘겹지만 꿋꿋하게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 세 배우를 만났다.

박민지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일렁인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깜빡일 때마다 호기심 가득한 소녀의 모습이 스친다. ‘오늘영화’의 ‘뇌물’에서 그가 연기한 소은과도 묘하게 중첩된다. ‘뇌물’은 영화제 출품을 준비하는 영화감독(백수장)이 자신의 작품을 주변인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묻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여배우 소은은 감독에게 캐릭터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호기심 넘치는 얼굴로 말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발랄한 구석도 있다. 박민지는 “소은은 실제 내 모습과 닮았다. 여배우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며 “완전히 허구의 인물이 아닌 나의 일부를 보여준다는 점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가 소은 역을 선택한 이유다.

‘뇌물’은 그가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다. 데뷔작 ‘제니, 주노’(2005, 김호준 감독)에서 당돌하고 깜찍한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후, ‘피터팬의 공식’(2005, 조창호 감독) ‘마지막 선물’(2008, 김영준 감독) 등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남자가 사랑할 때’(2013, MBC) ‘대풍수‘(2012~2013, SBS) 등 TV 드라마 위주로 활동했기에, 영화에 대한 갈증이 생겼던 터다. “독립영화는 규모가 작아 소수의 스태프가 의견을 주고받으며 만드는 재미가 있어요. 연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요.” 그게 어떤 맛이냐고 물었더니 “생생한 맛”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민지는 어느새 10년 차 배우가 됐지만, 아직도 연기에 대해 물음표가 많다고 한다. “10대에 데뷔한 후 바빴던 적도 있지만 공백이 길어져 힘들었죠. 그 모든 시간이 연기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해야할 것 같아요.”

그는 자신에게 ‘오타쿠적 기질’이 있다고 말했다. 한 번 꽂히면 푹 빠져 버리는 성격. 요즘 꽂힌 건 그림이다. “도화지·캔버스 등 가리지 않고 그림을 그려요. 가끔 신발에도 그리고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신발이 되죠. 그게 그림의 매력이예요.”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 달라고 하자, 그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인물화부터 정물화까지 다양한 작품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실력도 수준급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그림으로 제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이런 재능 덕분에 ‘남과 여’(이윤기 감독)에서는 자폐아를 치료하는 미술 치료사 하정 역을 맡았다. 줄곧 밝고 명랑한 역할을 맡아 온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글=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사진=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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