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선 못 봅니다, 나영석표 ‘웹예능’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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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예능 ‘신서유기’에 출연하는 강호동·이수근·이승기·은지원(왼쪽부터). ‘1박2일’ 이후 5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시청률 신경 안 써도 돼 마음 편하다”며 웃었다. [사진 CJ E&M]
나영석

‘나영석표 예능’이 TV를 벗어났다. 나영석 PD가 연출하고 강호동·이승기·이수근·은지원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가 4일 오전 10시 네이버 TV캐스트와 중국 포털 사이트 QQ닷컴을 통해 공개된다. TV로는 아예 방영되지 않는 인터넷 전용 프로그램이다. 제작은 ‘tvN go’에서 맡았다. 나 PD가 속한 CJ E&M의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이 만든 디지털 콘텐트 브랜드다. 나 PD는 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시청자들이 복잡한 현실에서 5분, 10분 잠깐씩 숨 돌릴 수 있도록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트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서유기’는 지상파(KBS)와 비지상파(CJ E&M)를 섭렵한 나 PD의 첫 온라인 도전이다. 이를 통해 TV중심이었던 방송 플랫폼의 변화가 본격화될 수 있을까. 네티즌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지난달 25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공개된 세 편의 예고 동영상은 1일까지 총 조회수가 약 400만 건에 달했다. 손병우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방송 플랫폼이 모바일 등으로 다양하게 분할하는 중이라 ‘신서유기’의 실험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1994년 국내 인터넷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20여 년 동안 만화·음악 등의 플랫폼은 완전히 바뀌었다. 종이와 음반의 틀에서 벗어나 온라인 상에서 웹툰과 음원으로 소비된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역시 웹드라마·웹예능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그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신서유기’처럼 스타급 제작·출연진이 웹 전용 콘텐트에 뛰어든 사례는 아직 없었다.

 나 PD의 KBS 시절 대표작 ‘1박2일’의 출연진이 다시 모여 만든 ‘신서유기’는 고전 ‘서유기’를 변형시킨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이승기는 삼장법사, 강호동은 저팔계, 이수근은 손오공, 은지원은 사오정 캐릭터를 맡아 중국 산시성 시안을 여행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신서유기’는 플랫폼만 웹 전용이 아니다. 방송의 형식과 내용 역시 네티즌들의 인터넷 이용 스타일을 따랐다. 방송 분량도 한 회 10분 남짓으로 맞췄다. 한 번에 5회 방송 분을 한꺼번에 올릴 계획이다. 인터넷에 올리는 시간도 오전 10시다. 오후 10∼11시대에 집중된 TV 예능프로그램 방송시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다. 나 PD는 “네이버 담당자가 오전 10시쯤 올리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며 “직장인들이 점심 먹고 쉬면서 보기 좋아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웹 전용인 만큼 간접광고 등에서 TV프로그램보다 제약이 적다는 점도 ‘신서유기’의 특징이다. 은지원은 “제품 브랜드에 테이프를 붙이지 않으니 훨씬 자유로운 모습이 나왔다”고 말했다. 불법 도박 이후 2년 동안 방송활동을 못한 이수근의 복귀 역시 웹콘텐트여서 논란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나 PD는 “인터넷에 어울리는 재기발랄한 내용이다. 처음부터 인터넷용으로 찍었기 때문에 TV 방송용으로 만들 수는 없다. 허리띠 두 칸 푸는 느낌으로 힘 빼고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재영 작가 역시 “깊이는 전혀 없다”며 “단순한 재미 위주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4일 네이버 TV캐스트와 동시에 ‘신서유기’를 공개하는 중국 QQ닷컴은 가입자가 3억2000만 명에 이르는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다. 중국의 4대 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데다 중국 여행 내용을 담고 있어 중국 시장 공략에도 안성맞춤 콘텐트인 셈이다.

‘신서유기’는 총 20회 분량으로 제작됐으며, 4일 이후 공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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