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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김근태씨, 들꽃처럼 아름다운 장애인 그려 … 뉴욕 유엔본부서 초대전 열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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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적장애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을 그릴 때 가장 편하고 즐겁습니다.”

 2~14일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백산홀에서 ‘들꽃으로 피어라’ 전시회를 갖는 김근태(58·사진) 서양화가의 말이다. 그의 작품은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14일까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갤러리에 초대된다.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기념하는 초대전이다. 부산 전시는 유엔본부 초대를 앞두고 열리는 전국 순회 전시의 하나다.

 전시 작품은 모두 77점. 봄·여름·가을·겨울 등 사계의 주제에 맞게 장애인을 마치 들꽃처럼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그는 “‘비발디의 사계’에서 영감을 얻어 모두 한국의 사계절에 피는 꽃 등 아름다운 자연 속에 지적장애인의 희로애락을 담았다”며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은 지적장애인 본연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화백은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고교에서 미술교사를 하다 1993년 1년간 프랑스 유학을 다녀와 전업작가로 나섰다. 유학 뒤 목포의 한 장애인재활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을 만난 뒤 줄곧 장애인을 그려왔다. 재활원에서 장애인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곤 한다.

 그는 “아빠라 부르며 다가오는 그들을 품에 안으면서 그들이 바로 신이 창조한 인간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장애인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때 열병을 앓아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그는 10여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눈마저 잃었다. 전시 작품은 이처럼 불편한 몸으로 3년여간 하루 10시간씩 강행군해 완성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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