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흡연 단속 3대 강적, 호통형·애원형·침묵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2면

강남역서 만난 금연지도원 라병우·이영숙씨

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지난달 24일 오후 3시 금연지도단속원 라병우(64)·이영숙(54)씨는 서초구 보건소를 나섰다.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다.

 서초구에선 강남·남부터미널, 공원, 지하철역 출입구, 버스정류장 주변의 10m 이내와 학교 출입문의 50m 이내 등을 단속한다. 과태료는 5만원이다. PC방, 음식점, 연면적 1000㎡ 이상 건물(주택 제외)도 단속 대상인데 이곳은 과태료 10만원이다.

 이날 맡은 단속 구역은 우성아파트 사거리~강남역~신논현역 일대였다. 강남대로를 걷는 인파 속에서 푸른 제복을 입은 이들은 유독 눈에 띄었다.

 단속은 오후 3시에 시작해 오후 10시에 끝난다. 오전조는 오전 9시~오후 4시에 단속을 한다. 두 사람을 비롯해 서초구에는 총 18명의 금연지도단속원이 있다.

 라씨 오른손에는 주먹만 한 디지털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흡연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지 않으면 ‘안 피웠다’고 하시거든요.” “증거 있냐”는 말에 답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30대 남성 두 명이 담배를 피웠다. 과태료를 부과하려 신분증을 달라 했지만 줄 수 없다며 소리를 질렀다.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줘도 소용없었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한 청년이 법을 어겨놓고 그런 행동을 취하느냐며 나무라니 그제야 신분증을 주더군요. 알고 보니 그 청년 갓 전역한 군인이었어요.”

 단속에 걸린 이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한 번만 봐달라는 사람도 있고, 화를 내거나 큰소리로 욕하는 사람도 있다. 이씨는 “그럴 때는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한다”며 “구슬리며 단속 이유를 계속 설명한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 때는 “당신 마음대로 하라”며 신분증을 주지 않고 대화도 않으려는 경우다. 경찰이 와서야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흡연 단속을 처음 시작했던 2012년에 비하면 이런 막무가내 흡연자는 많이 줄었다. 이씨는 “단속할 때 ‘내가 잘못했다’고 먼저 말씀하는 분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라씨는 건설사 중역, 이씨는 전업주부였다. 라씨는 “예전 강남역 10번 출구 앞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었는데 지금은 깔끔해졌다”며 “거리가 깨끗해진 걸 볼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만난 사람=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