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추정 인물과 박근혜 대통령 [중앙포토]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이 다음달 3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70주년 전승절 열병식 참가를 ‘사대주의’라고 비판했다. 산케이는 31일 온라인판 프리미엄 뉴스에서 “한국의 외교가 사대주의로 일관했다”며 “이씨 조선(조선시대) 말기에 내외 정세 변화 때마다 청나라에서 일본으로, 러시아로 사대주의 대상을 가볍게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DNA를 계승한 한국이 이씨 조선을 연상시키는 사대주의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고 망언을 쏟아냈다.
신문은 이날 “미국·중국 양다리, 한국이 끊을 수 없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란 제목의 정치부 전문위원 온라인판 칼럼에서 “이씨 조선에는 박 대통령과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다. 제26대 왕 고종의 비, 민비(명성황후를 낮춰 부름)”라며 ‘민비를 둘러싼 조선 도착(倒錯)사’란 글을 실었다. 산케이는 “민비가 1895년 러시아군의 지원으로 권력을 탈환하고 3개월 후 암살됐다”고 전했지만 일본 정부가 명성황후 시해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산케이는 일본이 제국주의 팽창을 위해 벌인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책임도 명성황후의 외교 탓이라고 주장했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을 둘러싼 청ㆍ일 간 교섭으로 맺게 된 톈진(天津)조약에 대해서도 “일본이 조선의 독립을 담보하기 위해 맺은 것”이라고 왜곡했다.
신문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이 서울 남쪽까지 침공했던 걸 언급하며 “한국에게 중국은 침략자이지만 한국은 (사대주의) 도착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도착에 대한 자각이나 감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이 주도하는 금융 질서에 스스로 참여하고 베이징 항일 전승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하기로 했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대주의라는 ‘민족의 나쁜 유산’을 필두로 개혁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서는 “나쁜 유산을 혐오하고 자주·자립을 내세우며 미국과 대립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반발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전날 사설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비판하며 “유엔 수장이 이런 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유엔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