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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열병식에 매와 원숭이가 등장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주력 전투기 200여 대가 동원되는 ‘초호화 에어쇼’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중국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중국은 ‘젠(殲)-10’과 전략폭격기인 '훙(轟)-6K' 등 주력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해 하늘을 휘젓는 에어쇼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 세계가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오와 열을 조정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최근엔 에어쇼 도중 전투기와 새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방지하기 위해 원숭이와 독수리까지 동원됐다. 시속 700km로 날고 있는 전투기에 비둘기 한 마리가 부딪힐 경우 방탄 처리된 앞 유리가 깨질 정도의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그 충격으로 인해 전투기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를 내쫓기 위한 고심 끝에 생각해 낸 방법은 원숭이를 활용한 새 둥지 철거다. 원숭이를 활용하면 물을 뿌려 둥지를 땅으로 떨어뜨리거나 둥지가 지어진 나무 자체를 불태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중국 공군이 새 둥지 철거를 위해 투입한 원숭이는 모두 5마리로, 하루 평균 60개 이상의 새 둥지를 없애고 있다. 원숭이 특수부대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훈련과 한 손으로 둥지를 밀어내는 훈련을 거친 뒤 지난달부터 새 둥지 철거 작업에 본격 투입됐다.

원숭이 특수부대는 지난해 한 공군기지 관계자에 의해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는 새떼가 전투기와 충돌하며 이·착륙 사고가 잇따르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부대 내에서 기르고 있던 원숭이를 장난삼아 나무에 오르게 했는데, 새 둥지를 땅으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켜 ‘원숭이 특수부대’를 만들었다. 조련사가 호루라기를 불면 원숭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새를 쫓아낸 뒤 둥지를 땅으로 밀어낸다. 그렇게 둥지 하나를 없앨 때마다 조련사는 원숭이에게 사과 한 알과 땅콩을 주며 임무 수행을 독려한다.

원숭이 특수부대를 훈련시키는 왕밍쯔(王明智)는 “원숭이들이 없었을 땐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새 둥지를 없앨 수 없었다”며 “원숭이 특수부대 덕분에 ‘버드스트라이크’에 대한 걱정 없이 안전하게 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버드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중국 공군은 원숭이뿐 아니라 독수리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에어쇼를 하는 도중 철새 수 백 마리가 무리지어 날아와 아수라장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에어쇼가 열리는 구역 곳곳에서 원을 그리는 형태로 비행하며 다른 새의 접근을 막는 것이 ‘독수리 특수부대’의 임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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