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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시장 이종격투기 … 통신사 뿌리 둔 SK플래닛 vs 포털 기반 다음카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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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을 운영하는 SK플래닛(이하 플래닛)과 ‘김기사’로 유명한 다음카카오(이하 다카오)의 자회사 ‘록앤올’은 최근 지도정보 때문에 신경전을 펼쳤다. 록앤올은 플래닛과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7월부터 자체 지도정보를 김기사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일부 고객이 여전히 플래닛의 지도정보를 이용하다 보니 플래닛에서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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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은 “유예기간을 줬는데도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불법행위”라고 주장했고 록앤올은 “해당 고객의 서비스를 강제로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맞섰다. 양측은 9월까지 강제 업데이트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봤지만 금액·조건 등을 두고 협상이 길어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급성장하고 있는 O2O(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시장을 두고 플래닛과 다카오가 새로운 ‘라이벌’ 관계가 돼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각기 다른 무술로 겨루는 이종격투기처럼 통신사에 뿌리를 둔 플래닛과 포털 기반의 다카오가 O2O의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서로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다카오가 모바일 상품권 사업에 직접 나서면서다. 카카오톡에서 기프티콘 등을 판매했던 플래닛은 재계약에 실패한 이후 “다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를 신고했다.

 이후 다카오가 지난 5월 록앤올을 인수합병(M&A)하면서 갈등은 더 커졌다. 현재 내비 시장에선 SK텔레콤 고객 수요를 바탕으로 한 플래닛의 T맵이 선두주자다. 하지만 록앤올의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에 다카오의 플랫폼을 연계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예상된다. 플래닛이 록앤올의 행보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다.

 콜택시 앱 서비스의 경우 반대로 다카오의 카카오택시에 플래닛의 T맵택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T맵택시는 T맵 지도를 활용하고, 콜택시 서비스인 나비콜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강점이다. 지도상에서 현 위치를 쉽게 선택하고 목적지까지의 예상 택시비도 계산해준다. T맵택시는 카카오택시를 잡기 위해 승객·기사회원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카카오택시는 카카오톡과의 연계 서비스가 가능하고 고객-기사 상호 간의 평가가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T맵택시가 SK텔레콤 고객층을 기반으로 추격해오자 다카오는 SKT의 경쟁사인 KT와 업무 제휴를 맺어 KT로 접속하는 기사회원에게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가 이처럼 경쟁하는 것은 O2O 시장 선점을 위해서다. 예컨대 광화문에서 강남역으로 갈 경우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에 맞는 광고를 제공하거나 결제 플랫폼을 붙이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더 많은 운전자·승객·기사를 회원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2O 시장은 연 15조원 규모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플랫폼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연구소는 “O2O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가장 유력한 비즈니스로 부상하고 있다”며 “모바일과 IoT 기술 발전으로 O2O 시장이 연 300조원 규모의 전체 상거래 시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양사는 사전 주문 서비스, 모바일 쿠폰 등 다른 O2O 서비스로 전선(戰線)을 넓힌다. 다카오는 미리 식사·음료 등을 주문하는 ‘카카오오더’와 방문 주기별로 할인율을 다르게 책정하는 ‘타임쿠폰’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플래닛이 서비스하는 ‘시럽오더’ ‘시럽기프티콘’과 유사하다. 플래닛은 이에 위치기반 서비스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해 시장을 사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양사는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서도 각각 ‘시럽페이’ ‘카카오페이’를 선보이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통신과 포털로 서로 사업영역이 달랐지만 IT의 발달로 칸막이가 허물어지면서 지금은 양사가 곳곳에서 경쟁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최근 다카오가 KT와의 제휴를 늘리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SKT-플래닛 대 KT-다카오’ 같은 태그매치 구도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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