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헌법 군대' 앞세워 재무장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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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이 명실상부한 군사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족쇄가 돼 온 평화헌법 개정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섰다. 중의원 헌법조사회가 15일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채택함에 따른 것이다. 집권 자민당은 1990년대 중반부터 개헌을 위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일본은 자위대 병력 24만여 명에 이지스함 4척 등 최첨단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군사비 지출도 세계 2~3위다. 일본이 군비를 강화할 경우 동북아의 군사력 균형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군비 강화를 부추기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미사일 방어(MD)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14일에는 미국과 일본이 2007년까지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군함의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9조 1항의 전쟁 포기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밝혔다. 자위대의 지위를 어떻게 헌법에 규정할지의 방향에 대해서도 야당인 민주당이 신중한 자세를 보임에 따라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또 미국 등 동맹국이 무력 분쟁에 휘말릴 경우 자동 참여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견해가 엇갈렸다.

이 밖에 "국민주권.평화주의.기본적 인권존중의 3원칙을 유지하되 전문에 역사.전통.문화를 명기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상징 천황제 유지와 여성 천황 용인, 환경권.사생활보호권.알 권리 등 새로운 인권의 명기, 헌법재판소 설치 등도 다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 헌법조사회도 20일 최종보고서를 의결한다. 자민당은 창당 50주년을 맞는 11월에 독자적인 개헌 시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자민당 개헌안은 보고서보다 자위대의 역할과 활동범위를 한층 강화한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이 실현되기에는 아직 여러 고비가 남아 있다. 먼저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의석 비율상 자민당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자민당은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과 야당인 민주당과의 합의를 통해 최종 개헌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헌의 최종 절차인 국민투표 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헌법조사회 최종 보고서는 국민투표법 조기 마련 등 관련법 정비를 촉구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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