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제발 좀 훔쳤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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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도루가 줄어들고 있다. 원년인 1982년 경기당 평균 2.91개였던 도루는 올시즌 절반 이하(평균 1.36개)로 감소했다.

▶홈런 증가=도루 감소는 홈런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표 참조). 전문가들은 '타고투저'의 경향이 계속되면서 한방에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이 많아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도루가 사라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초창기 홈런과 도루의 비율은 1:2 정도였으나 올시즌 이 비율은 1.5:1로 역전됐다.

▶정확한 포수 송구능력=전문 배터리코치를 기용하면서 도루 저지 기술이 발달한 것도 한 이유다. 한 배터리코치는 "예전 포수들의 송구능력은 일반 야수만도 못한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 포수들은 좀 과장하면 볼 스피드와 제구력이 투수와 맞먹는다"고 말했다. 기아의 주전포수 김상훈의 12일 현재 도루저지율은 무려 0.730에 달한다. 통상 도루저지율이 0.450 이상이면 상대팀에서는 도루를 하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LG의 '앉아쏴' 조인성은 0.487, 삼성 진갑용은 0.469, 한화 이도형도 0.474를 자랑한다. 이런 포수들과 상대할 때 감독들은 이른바 '그린 라이트'(발빠른 주자가 감독 사인 없이 도루할 수 있는 권한)를 끈다.

▶빨라진 투구 퀵모션=투수들도 빨라졌다.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C급 투수들도 주자가 나갔을 때 퀵모션만큼은 능수능란해졌다. 그러나 주자의 주력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스피드가 월등한 선수가 나타나 많은 도루를 할 수는 있지만 평균 도루 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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