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합천에서 가야 다라국의 도성확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합천군 쌍책면 성산리 성산토성이 옛 가야의 다라국 도성(都城)으로 밝혀졌다. 성산토성을 이제 ‘다라국성’으로 불러야 하는 것이다.

합천군은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지난 6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예정으로 (재)동서문물연구원에 의뢰해 성산토성을 발굴 조사 중이다. 2009년과 2013년에 이은 3차 발굴조사다.

25일 합천박물관에서 열린 발굴 학술회의에서 국립 경상대학교 조영제(사학과)교수는 “학술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성산토성을 다라국성으로 불러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이 학술회의에는 부산대 신경철(고고학과)교수,문화재청 심정보 사적분과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토성부분의 구조가 드러났고, 목책이 새로 발견됐다. 의례행위가 이뤄진 제사유구와 토우, 탄화곡물(보리·피 등), 적갈색 토기 같은 가야시대 유물도 발견됐다.

황강변의 독립된 구릉에 있는 성산토성에는 목책(木柵·나무기둥을 세워 만든 방어시설)이 서쪽 절벽을 따라 설치됐고, 북쪽 능선을 따라 대규모 토성이 축조된 형태다. 완경사면을 이루던 곳에 대규모 성토를 해 급경사면을 만들고, 토성을 올려 외부에서 보면 최소 7~8m 높이의 성벽을 축조한 것이다. 토성 축조에 고도의 기술과 대규모 인력 동원이 이뤄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앞서 2009년 1차 조사에서 성 동쪽에 성토부가 확인됐고, 남쪽에 신라가 쌓은 석성 일부가 발견됐다. 2013년 조사에서는 구릉정상부에서 큰 벽의 건물지 등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대규모 제사유구는 구역을 달리해 확인됐다. 이 제사유구는 중소형의 구덩이 여러 개가 합쳐진 형태로, 다량의 유기물질을 태운 흔적이 남아있다. 유구 내부에서는 머리와 손발이 깨져 나간 인물형 토우(흙으로 만든 인형) 등이 출토됐다.

이들 유물과 유적은 5~6세기 것으로 확인되며, 인근 옥전고분군에서 발굴된 것과 조성시기 등이 일치한다.

조영제 교수는 “성산토성은 가야 다라국의 왕릉 등으로 인정되는 옥전고분군과 관련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따라서 성산토성을 다라국성으로 불러야 하며, 조사연구 뒤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라국성의 범위는 구릉전체와 남쪽 골자기(현 쌍책면 내촌마을)를 포함한다. 둘레 약 1.1㎞, 면적 약 7만㎡, 성벽높이는 안쪽에서는 2.5~3m, 바깥쪽에서는 7.5~8m로 남아있다.

황선윤 기자suyohwa@joongang.co.kr

☞다라국=일본의 일본서기 등의 기록에 짧게 등장하는 다라국은 5~6세기 합천 쌍책면 일원에 위치했던 가야제국 중의 하나다. 다라성은 사적 326호 지정된 옥전고분군으로부터 남쪽으로 350m가량 떨어져 있다. 옥전고분군에는 왕릉인 대형고분군 28기 등 2000기의 무덤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