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 빚 32조 늘어 1130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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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본부점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가계부채가 석 달 만에 32조원이나 늘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6월 말)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은 1130조5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32조2000억원(2.9%) 증가했다. 통계가 시작된 2002년 4분기 이후 분기별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이는 금융회사에서 받은 가계대출 1071조원에 판매신용 59조5000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가계신용은 가계의 부채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통계다. 예금은행인 제1금융권과 저축은행·카드·보험 등 제2금융권, 대부업체 등의 제3금융권 대출에다 결제 전 카드 사용(판매 신용) 금액을 포함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가계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6월말)은 372조2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3조원이 줄었다. 표면상으로는 가계가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빌린 돈이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가계 빚을 은행 대신 다른 곳이 떠 안았기 때문에 발생한 착시 현상이다.

 신성욱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예금은행이 취급한 안심전환대출 채권 중 상당 부분이 5월과 6월에 주택금융공사에 양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2분기에 주택금융공사 등의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보다 23조 7000억원 늘어난 100조1000억원에 달했다. 대신 이 돈은 기타금융기관의 대출 잔액으로 잡혔다. 주택금융공사로 전환된 주택담보대출액이 기타금융중개회사(자산유동화회사)의 통계에 포함되면서 2분기 기타금융기관 대출은 전분기보다 26조8000억원이 는 311조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가계가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에서 빌린 돈이 232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조원이 늘었다.

신 과장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과 기타금융기관의 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가계대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이사 등으로 인한 자금 수요가 많아지고, 주택 시장 호조가 이어지면서 가계 대출의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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