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야간대 나온 ‘촌닭’ 날다 … KEB하나 첫 행장에 함영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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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진통이 컸던 만큼 이젠 영업력을 끌어올려 ‘리딩뱅크’로 올라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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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외환은행 통합으로 탄생할 ‘KEB하나은행’의 초대 행장에 낙점된 함영주(59) 하나은행 부행장(충청사업본부장)의 각오다. 24일 하나금융그룹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함 부행장을 통합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함 내정자는 다음달 1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애초 그는 은행장 레이스에서 부각되지 않았다. 현직 행장인 김병호 하나은행장이나 김한조 외환은행장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옛 서울은행 출신이었다.

 그러나 행장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하나나 외환의 ‘성골’ 출신이 아니라는 약점이 막판에 오히려 강점이 됐다. 입행 이후 줄곧 영업현장에서 커온 것도 통합과정에서 영업력에 상처를 입은 KEB하나은행을 이끌 적임자란 평가를 받았다. 같은 영업통인 김정태 회장과의 호흡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통합은행장 추천이 은행 안팎에서 ‘깜짝 발탁’으로 평가 받는 건 이 때문이다. 그는 하나은행 내에서도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함 내정자는 충남 논산에 있는 강경상고 출신으로 1980년 서울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을 거쳐 하나은행으로 통합된 후 가계영업추진부장, 남부지역본부장 등을 거쳤다. 2013년부터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대표(부행장)을 맡았다. 임추위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시너지 증대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후보를 심의했다”며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조직 내 두터운 신망과 소통능력을 가진 함 후보가 통합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시너지를 증대시킬 적임자”라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병호·김한조 현 행장은 그룹 부회장을 맡아 국·내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함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KEB하나 ’ 초대 행장 내정자가 된 소감은.

 “올해로 은행원이 된 지 35년이 됐다. 행원으로 출발해 은행장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한편으로는 통합은행의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걱정이 밀려온다.”

 - 현직 행장인 후보를 제치고 행장에 발탁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영업통이라는 점과 피인수은행(서울은행) 출신이라는 게 작용한 거 같다. 통합된 KEB하나은행이 리딩뱅크로 커가는 데 영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장 중심으로 쌓아온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서울은행 출신으로 한 차례 합병을 당하는 경험을 해봤다. 피인수은행인 외환은행 직원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지 않겠나.”

 - 통합은행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두 은행의 융합이다. 직접 경험해보니 피인수은행의 직원은 합병 이후 승진·인사 등에서 혹시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더라. 그런데 이번 행장 선임을 보고 안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은행 출신이 은행장에 올랐다는 것은 앞으로 양행 은행이 차별 없이 성과 중심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사실을 말해준다.”

 - 행원에서 은행장까지 오른 비결은.

 “고향이 충남 부여군 은산면이다. 고등학교 2학년때 비로소 전기가 들어온 산골 마을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갔다. 공부에 대한 아쉬움으로 주경야독으로 야간대를 졸업했다. 우직하게 앞만 보고 걸어온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 별명이 ‘시골 촌놈’이라고 들었다.

 “한번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촌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전형적인 시골 사람이다. 그런 마음으로 직원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맡았을 때도 1000여 명 직원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해서 불렀다. 이름뿐 아니라 생일이나 가족관계까지 알고 있다. 그만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염지현 기자 yeom.ji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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