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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자금 탄탄하게 … 신흥국으로 분류된 한국, 선진지수 편입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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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비상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21과 24일 실무자 중심의 시장동향 점검회의를 연 데 이어, 이어 25일에는 금융위원장이 긴급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긴박한 움직임과는 달리 즉각적인 시장 안정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해외발 쇼크라 수단이 마땅치 않은데다, 설령 내놓더라도 시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약발’을 받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라 우리 시장에도 여파가 미치는 건 불가피하다”며 “소나기가 내리면 옷이 젖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소나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내놓는 대책도 주로 중장기에 초점에 맞춰진다.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을 대신해 증시를 떠받칠 투자자금의 질과 양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날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글로벌 투자펀드들이 따라가는 MSCI 지수는 한국을‘신흥(emerging)시장’ 으로 분류한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단기자금이 많고, 신흥시장이 불안하면 국내에서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금융위는 “MSCI와 27일 첫 회의를 열고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실행계획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 선진시장 편입 전 단계인 ‘검토대상국’명단에서 제외돼 있어 편입은 일러도 내후년에나 가능하다. 국내 ‘안전판’을 키우기 위한 방안도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각종 공제회·연기금·사립대학 기금을 한데 묶은 ‘민간 연기금 투자풀(pool)’ 을 다음달 출범시키고,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운용규제를 풀어 증시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다음달 내놓을 계획이다.

 당국은 외환시장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에 이어 중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 절하에 나선 가운데 원화 가치도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고, 수출 경쟁력 유지에도 바람직하다는 게 기본 시각이다. 문제는 속도다. 급격한 원화 값 하락은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출을 불러 자칫 외환시장발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넘어서려 할 때마다 당국의 개입성 물량으로 추정되는 달러가 시장에 풀렸다”며 “속도조절 차원의 대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대로 이번 쇼크가 일과성 ‘소나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자신하지만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등 의구심을 내비치는 경우가 최근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실적이 좋지 않고 수출과 소비 역시 부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최근의 금융 시장 불안은 단순한 일회성 요인이 아닐 수 있다”며 “정부의 성장정책과 구조개혁 능력이 의심받는다면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근·하남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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