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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비 저렴, 설치 간편…소형 목조 전원주택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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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의 한 분양형 별장 단지로 주택(79㎡)과 텃밭(10㎡)을 패키지로 묶어 분양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아치형 미니 철골 주택. [사진 OK시골]

주말·휴가용 미니 별장

전원주택 건축 관련 규제가 덜했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원주택 시장에는 100~160㎡대의 중대형 수요가 많았으나 요즘은 소형이 주류를이룬다. 수요자가 까다로운 인허가와 세금 부담을 피해 전원주택을 33㎡대의 실속형으로 짓는 것이다. 예전에 소형 전원주택이 부유층 별장의 본채에 딸린 부속채 역할에 그쳤다면 요즘엔 중산층을 중심으로 당당히 주인 대접을 받고 있다.

"거실·주방에 다락방 딸린 33㎡ 규모 2층 목조주택 건축비 2500만~2900만원"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안치현(41·가명)씨는 올여름 휴가를 ‘미니 별장’에서 보냈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이 집은 건축 연면적 34.5㎡짜리 목조주택이다. 가족과 함께 주말에 이용하기 위해 2013년 봄 용소계곡 인근 420㎡의 땅에 지었다. 땅을 사고 집을 짓는데 8000만원 정도 들었다. 소규모지만 불편하지 않다. 외부에는 데크와 텃밭, 내부엔 주방·거실·방·화장실 등을 갖췄기 때문이다.
 안씨는 “숙박비가 들지 않고 먹거리 자급자족이 가능해 휴가비를 확 줄일 수 있었다”며 “요즘 이런 미니 별장이 주변에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휴가·주말농사 등 전원생활을 실속 있게 누리기 위해 건축면적 33㎡ 안팎의 미니 별장을 장만하는 직장인 등 중산층이 늘고 있다. 주로 주말에 텃밭을 일구거나 휴가철에 낚시·스키 등 레저활동을 즐기기 위한 베이스캠프 용도다.
 이들이 특히 미니 별장을 찾는 건 무엇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구입과 설치가 간편해서다. 땅값을 제외하고 33㎡의 미니 별장(목조주택)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2500만~2900만원 정도. 같은 자재로 148㎡의 대형목조주택을 짓는 데는 1억5400만~1억7600만원가량 든다. 구입과 설치도 편리하다. 최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 판매하는 미니 주택이 늘고 있어서다. 소비자가 주문하면 업체가 집을 트럭에 실어 배달해 준다. 제작 기간도 짧아 주문에서 설치까지 열흘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집 크기가 작다고 생활이 불편하지 않다. 대개 미니 2층 구조로 거실·주방은 물론 다락방까지 갖추기도 한다.

과세 대상 주택에서 제외
정부가 세금 혜택도 준다. 세금 부과를 위한 주택 수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지역에 따라 농지보전부담금(공시지가의 30% 선)이 감면된다. 대형에 비해 관리하기가 쉽고 유지·보수에 대한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것도 미니 별장의 확산 이유다. 이동식이다 보니 쓰던 집을 중고차를 매매하는 것처럼 중고로 싼값에 사고팔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클라인가르텐·얼로트먼트 같은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는 ‘중산층형 별장’이 한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김경래 OK시골 사장은 “소득 증가와 주5일제 도입으로 휴양과 휴식에 대한 욕구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클라인가르텐은 오두막집(바닥면적 16㎡)이 딸린 면적 250~300㎡의 주말농장으로 독일 전역에 170만 개가 보급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클라인가르텐과 비슷한 형태의 얼로트먼트는 영국에 33만 개가 있다.
 
분양가 1억원대 잘 팔려
국내에 미니 별장 수요가 일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고 교통여건이 좋아지면서 도시에 ‘메인 하우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시골에 소형 전원주택(세컨드 하우스)을 두고 주말을 즐기려는 중산층이 등장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2006년부터 도시민의 주말·체험 영농용 농지 소유를 허용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 주말·체험 영농용 농지는 외지인이 비도시 지역에서 주말농장 등의 용도로 매입한 1000㎡ 미만의 땅이다.
 미니 별장의 인기는 국내 전원주택 시장의 판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최근 전원주택 분양시장을 보면 1억원대가 잘 팔린다. 과거 전원 주택 분양시장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3억~5억원짜리 중대형 시장 위주로 흘러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고원개발이 지난해 말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분양한 소형 전원주택(18가구, 가구당 9000만~1억3000만원)은 최근 다섯 가구가 팔렸다. 지난해 건축 면적 66㎡의 전원주택 19가구를 완판한 D개발은 인근에 2차 사업 부지를 물색 중이다.
 미니 별장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형태의 미니 주택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도 등장했다. 렛츠고시골(www.letsgosigol.com)이 운영하는 ‘소형 전원주택·특산품 할인몰’이다. 이곳에서 소비자들은 목조주택·아치하우스·황토주택·스틸하우스 등 4개 주택 30여 개 타입의 이동식 소형 전원주택을 시중가보다 최대 2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김영태 기자 neodel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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