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개발 관건은 쇄빙선 보유 여부 … 러시아서 가장 많이 보유해 ‘독점 횡포’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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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가 완전히 해빙(解氷)되기 전까지 북극 개발의 관건은 쇄빙선이다. 현재 1년에 140일 정도 운항이 가능한 북극항로를 지나가기 위해서는 쇄빙선을 동반해야 한다. 쇄빙선은 동결된 해면의 얼음을 갈라 길을 열어주는 선박으로 북극을 항해하는 데 필수다. 북극은 대륙인 남극과 달리 연중 얼어 있는 얼음바다다. 여름에는 바다얼음 면적이 400만㎢ 정도지만 겨울에는 약 1300만㎢까지 늘어난다. 얼음의 두께도 2~5m 정도로 평균 1m 정도인 남극에 비해 훨씬 두껍다. 북극의 빠른 해빙으로 2020년에는 6개월, 2030년에는 연중 일반 항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얼음이 없는 바다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까지는 쇄빙선이 필요하다.

북극항로는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와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가 있다. 북동항로는 러시아 연안을 지나 아시아로 연결되고, 북서항로는 유럽에서 북극해를 지나 캐나다, 미국으로 이어진다. 북동항로에서는 러시아 쇄빙선이 독점하고 있다. 러시아는 총 36척의 쇄빙선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6척이 북극 전용이다. 중국·한국·독일은 1척씩 보유하고 있다. 북서항로에는 캐나다가 북극 전용 쇄빙선 6척을 운항하고 있다. 캐나다는 2020년 취항을 목표로 일곱 번째 쇄빙선을 건조하고 있다. 미국은 겨우 2척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중국 등이 이용하는 북동항로에서 러시아가 쇄빙선 사용료를 비싸게 요구할 경우 운항비용이 크게 늘 수밖에 없다. 평균 한 해 북동항로 운항을 신청하는 배만 600여 척으로 쇄빙선이 태부족해 러시아가 비싸게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면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것보다 매력이 없게 된다. 그동안 북동항로를 통과한 선박 수는 ▶2009년 2척 ▶2010년 4척 ▶2011년 34척 ▶2012년 46척 ▶2013년 71척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31척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감소한 이유는 예상보다 느려진 빙하의 해빙 속도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치, 유럽 경제의 침체 등으로 북극의 석유·가스전 개발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가 쇄빙선 사용료를 인상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돼 버렸다. 김학기 산업연구원 해외산업팀장은 “러시아가 120만㎢에 이르는 북극해 대륙붕을 자국 관할권으로 인정해줄 것을 유엔에 요청하는 등 북극권 야망을 가지고 있어 각국의 쇄빙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알래스카와 러시아 사이의 베링해협을 제2의 수에즈 운하로 만들려고까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러시아의 쇄빙선 사용료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북극 전용 쇄빙선 건조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쇄빙선의 기본 설계를 마치고 올해 건조에 들어갔고 독일도 초대형 쇄빙선을 2019년에 추가로 건조할 예정이다. 한국도 이에 질세라 북극 전용 쇄빙선인 제2 아라온호를 2020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야쿠츠크=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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