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대포병레이더로 포격 포착 71분 만에 대응사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군의 포격으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20일 오후 연천군 중면 살곶리 주민들이 면사무소 지하 대피소로 긴급구호물품을 옮기고 있다. [박종근 기자]
전방 지역에 설치된 대북 선전용 대형 확성기. [박종근 기자]

20일 오후 합동참모본부는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제인 KJCCS(Korea Joint Command and Control System)를 ‘훈련’에서 ‘실전’ 모드로 전환했다. 전시를 대비해 매년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 북한군의 포격에 대응하는 실제 작전을 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포격 보고를 받은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한 시간을 제외하곤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상황을 살폈다. UFG 연습차 서울 인근 벙커에 있던 최윤희 합참의장은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합참은 북한군의 포탄이 떨어진 6군단에 북한의 침투 대비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전군 비상대기 체제를 유지토록 했다. 군 관계자는 “추가 도발이 예상돼 실제 작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UFG 연습 1부가 종료되는 시점에 포격을 가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17일부터 UFG 연습을 진행 중이다. 정부 훈련은 이날 종료했으며, 군의 1부 훈련도 마무리 단계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에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역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군은 즉각 실전체제로 전환해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의 포격은 서부전선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인근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이날 오후 3시53분과 4시12분에 이뤄진 북한군의 포격은 모두 중화기 반입이 금지돼 있는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을 감시하던 중 대포병 탐지레이더에 고사포를 쏜 궤적이 잡혔다”며 “궤적을 분석하는 도중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남쪽의 우리 GP(최전방 관측초소) 방향으로 수 발의 포탄을 추가로 쐈다”고 말했다.

 북한이 두 번째 도발에 사용한 직사포는 대포병 탐지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원점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다만 두 번째 사격한 북한군의 포탄이 MDL 이남 700여m에 떨어진 것은 육안으로 관측돼 군은 5시4분쯤 155㎜ 자주포를 동원해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군 관계자는 “원점 파악이 되지는 않았지만 (북한군의)포탄이 떨어진 지점에서 연기가 나는 상황이 관측됐다”며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MDL 이북 500m 지점에 30여 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군의 첫 포격이 있은 지 1시간여 뒤에 대응사격을 실시하고, 주민들을 대피시킨 것은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포격) 분석에 시간이 걸렸다”며 “하지만 30발이 넘는 포탄사격을 한 만큼 군의 응징의지는 충분히 과시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긴급 NSC에서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보고 없이 즉각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글=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