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롯데, 명실상부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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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일단락됐다. 어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는 사외이사 선임과 ‘법과 원칙에 따른 경영 방침’의 2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동빈 회장이 주도한 두 안건은 일본 상법상 주주 과반 참석,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가능한 특별의결사항이다. 안건 통과는 신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했다는 의미다.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다. 롯데홀딩스의 장악은 롯데그룹을 통째로 손에 쥐는 것과 같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법적 분쟁을 계속할 수는 있겠으나 신 회장의 ‘원 롯데 원 리더십’체제를 흔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 회장의 ‘원 롯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선 롯데의 정체성부터 확립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 국민은 롯데가 과연 우리 기업인지 의구심을 품게 됐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또 지난 11일엔 순환출자 해소와 롯데호텔 상장을 통해 한·일 간 지배구조 고리를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그 약속이 잘 지켜지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랴마는 롯데는 다르다. 롯데는 특히 우리 정부의 특혜와 국민 지원을 등에 업고 훌쩍 컸다. 면세점 사업도 하고 있다. 면세점은 우리 정부가 ‘관세주권’을 행사하는 사업이다. ‘관세주권’은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라고 ‘국민 기업’에만 주는 특혜다. 롯데는 그런 의미를 깨닫고 진정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롯데 일가를 놓고 벌이는 의미 없는 국적 논쟁도 그만둘 때가 됐다. 총수 일가가 일본 이름을 쓴다, 일본말을 한다는 이유로 친일 매국 기업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경 없는 경쟁 시대, 내 나라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이 최고 효자 기업이다. 롯데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임직원 35만 명으로 국내 최대 고용 기업이다. 엉뚱한 국적 논란으로 반(反)기업정서를 키우는 것은 롯데에도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