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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재료 고르는 수제 버거 출시 … 도착 30m 전에 주문하는 앱 준비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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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980년대에만 해도 한국에서 맥도날드는 큰 맘 먹고 오는 식당이었죠. 그 경험을 조금 더 소중하고 재밌게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13일 서울 광화문 한국맥도날드 사옥에서 만난 조 엘린저(42·사진) 대표는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대해 “고급화·정보기술(IT)·지역화로 한국 시장을 수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타운대(경영학) 출신인 엘린저 대표는 맥도날드 본사에서 전략기획팀장 등의 요직을 거쳤다. 2013년 4월 한국법인장에 부임한 뒤에도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달 초 본사로부터 한국을 비롯한 이탈리아·스위스·네덜란드 등 ‘고성장 마켓’ 8개국의 재무를 총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겸직 발령을 받았다.

 맥도날드는 지난 12일 ‘시그니처 버거’를 출시했다. 고급 수제버거를 컨셉트로 프리미엄 식자재를 사용했다. 주문 과정에서 고객이 IT기기를 통해 원하는 버거를 골라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고객이 키오스크(kiosk·무인 정보단말기)에서 원하는 재료를 누르고 결제하면 직원이 완성된 버거를 고객의 자리에 가져다 준다. 단품 기준 7500원으로, 요즘 인기 있는 미니언 슈비버거(5700원)에 비해 1800원가량 비싸다. 현재는 신촌점에만 있으며 올해 중 용인 수지DT점, 분당 수내역점 등으로 확대 설치된다.

 엘린저 대표는 “고객이 화면을 누르면 ‘나만의 버거’를 만들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서 “혹시 어울리지 않는 소스를 곁들이는 고객을 위해 키오스크 옆에 전담 안내 직원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IT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당장 검토되고 있는 기술은 ‘30m 전 주문’ 시스템이다. 엘린저 대표는 “매장에 도착하기 30m 전에 고객이 앱으로 주문하면 도착하자마자 갓 만든 따뜻한 버거를 받을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엘린저 대표는 또 배달 서비스인 ‘맥 딜리버리’에 대해 배달앱과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린저 대표는 “2013년 집으로 불쑥 찾아와 셔츠를 갖고갔다가 이틀 뒤 깨끗하게 배달해준 세탁소 주인은 한국에서 접한 첫 문화충격”이라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형 배달문화’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엘린저 대표는 또 “한국인의 창의력은 전세계 맥도날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차 안에서 주문하고 받아가는 시스템)다. 그는 “본래 드라이브 스루는 4000㎡ 이상의 부지에만 만드는데, 자투리땅이나 주유소 땅 일부를 임대해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운영하는 한국법인의 모습을 보고 해외 맥도날드 임원들이 충격을 받고 간다”면서 “지금은 전세계에서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빅맥송 경연대회’ 등 한국적 시각에서 기획한 마케팅 기법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맥도날드 본사 직원 중 엘린저 대표와 세일즈 담당인 데미안 자밋 부사장만 외국인이고, 나머지 250여 명은 모두 한국인이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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