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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폭력 없는 학교로 가는 길 한바탕 웃다 보면 보일 걸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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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보인 개그맨 윤형빈과 장성식 소년중앙 학생기자. 이날 인터뷰는 중앙일보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9월 22일 론칭하는 청소년 온라인 매체 tong 기자단과 함께했다. 장 학생기자는 윤형빈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인터뷰 내내 학생기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 왕비호 캐릭터로 유명한 윤형빈은 KBS 20기 특채로 데뷔한 10년 차 개그맨입니다. 그의 또 다른 직업은 가수죠. 싱글 앨범만 8장입니다.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단 게 아쉽지만요. 작년에는 격투기 선수라는 직업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종합격투기 리그 로드FC 데뷔전에서 일본 선수를 상대로 TKO 승리를 거뒀죠. 최근 그는 학교폭력 예방 연극 ‘친구야 놀자! 프렌딩’을 기획·연출·출연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까고 까도 이야깃거리가 샘솟는 양파 같은 남자 윤형빈을 지난 12일 서울 서교동 윤형빈 소극장에서 만났습니다.

그날 동두천 신흥고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친구야 놀자! 프렌딩’ 시사회가 열렸거든요.

개그맨 박민성(왼쪽)과 주창언이 일진과 빵셔틀 사이에서 우정을 지키는 일점오진의 이야기를 공연하고 있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창원·박민성 그리고 신인 개그맨 주창언이 오프닝을 열었다. 사실 학교폭력 예방 공연이라기에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란 식의 뻔한 교훈이 나오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웬걸.

“여기 이 휴지로 얼굴을 닦으면 과거의 기억이 사라집니다.”

“이 가발을 쓰면 누구나 대범해질 수 있어요!”

매직 홈쇼핑이란 포맷의 개그 콘서트였다. 폭력을 휘두르지 말고, 사과할 줄 알며, 자신을 당당히 표출하라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출연자는 3인조 아이돌 그룹이다. 신흥고 상담·보건 교사인 홍보람 선생님이 무대 위로 불려가 멤버 중 한 명이 되어 활약했다. 윤형빈·김창원과 어울려 수줍은 춤사위를 뽐내는 선생님을 보며 관객들은 정신없이 웃었다. 배우와 관객, 선생님과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웃고 즐기는 추억을 만드는 것. 연극이 말하는 폭력 없는 학교의 해법이다. 소년중앙은 이날 관객들이 떠난 객석에서 ‘친구야 놀자! 프렌딩’의 연출자, 작가이자 배우 윤형빈을 만나 연극에선 못 다한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연극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연극 `친구야 놀자`는 학교폭력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개그로 재치있게 풀었다. 관객과 배우, 선생님과 아이들이 하나가 되어 웃고 즐기는 추억을 선사한다.

"평소 학교폭력에 가담하거나 방황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웠어요. 나중에 꼭 후회하기 때문이죠. 이런 아이들이 방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어떤 계기’를 심어주고 싶었어요. 마침 ‘부산 사나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어요. 부산경찰청 경찰들과 함께 학교폭력 예방 UCC를 제작하는 프로젝트였어요. 그걸 해보니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보고 싶어졌죠. 그러다 청소년 NGO인 프렌딩의 백종원 대표와 의기투합해 연극을 기획하게 됐죠.”

`친구야 놀자` 공연은 정해진 대본대로 진행하지 않는다.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그때 그때 내용이 바뀐다. 관객들의 호응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기획·연출한 윤형빈도 배우로직접 참가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다.

―윤형빈이 생각하는 학교폭력의 원인은 뭔가요.

"원인도 원인이지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일을 겪으면 먼저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세요. 혼자 끙끙 앓다간 문제만 더 커지죠. 저 역시 그런 장면을 목격하면 ‘야! 너희 뭐 하는 거야!’라고 외치며 달려갈 거예요.”

―학창 시절에 방황한 적은 없나요.

"중학교 1·2학년 무렵 집을 한 번 나갔어요. 그날 아버지가 오토바이 타고 잡으러 오셔서 하루도 못 넘기고 돌아온 짧은 방황이었죠. 사실 청소년기에 방황을 맘껏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강을 해치거나 나쁜 일, 위험한 일만 아니라면 무전여행이든 뭐든 다양한 경험을 쌓길 권해요.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진짜 많거든요.”

―여러 도전을 쉬지 않고 해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에는 한 가지에 몰두해 쉬지 않고 일했어요. 그러다 보니 금세 지치고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때 국민요정(아내 정경미)의 말이 큰 힘이 됐어요. ‘오빠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놀 때 제일 신나보여!’ 그 말을 들으니 ‘그게 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안 해요. 대신 하고 싶은 일은 반드시 하죠. 과정이 고될수록 더 좋아해요. 결과가 좋으니까요. 유재석 선배가 MC라는 한 길로 꾸준히 가는 사람이라면,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여러 갈래로 정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한 우물을 파라’라는 격언과 달리 어떻게 하면 여러 가지 일을 할까 고민해요. 그게 제가 꿈꾸는 삶이죠.”

―개그맨을 꿈꾸는 소중 독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개그맨 윤형빈은 학생기자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들기 위해 학교폭력을 다룬 연극 `친구야 놀자! 프렌딩`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지치지 말라’라는 말이에요. 지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면 누구나 개그맨이 될 수 있어요. 저도 왕비호로 뜨기 전 개그 콘서트에 4년 동안 쉼 없이 출연했어요. 그럼에도 기억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어떻게든 뜨려고 정말 열심히 연구한 캐릭터가 왕비호죠. 하나가 더 있다면 ‘일단 부딪혀보라’라는 겁니다. 개그맨 지망생 중 80%가 그냥 생각만 하다가 꿈을 포기해요. 반면 ‘개그맨이 되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뭘 해야 할까?’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무작정 도전하는 친구들은 개그맨이 되더라고요. 그러니 ‘두려워 말고 일단 시작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장성식 학생기자의 취재 후기

학교폭력 예방엔 어른들 관심 필요

인터뷰 전 나는 윤형빈씨에 대해 사전 조사를 했다. 학교폭력 치유 프로그램인 ‘청개구리’의 멘토, 청소년 명예 상담사로 활동하는 등 청소년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인터뷰 내내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제 겨우 두 번째 취재에 나선 내 어색한 질문에도 웃으며 성의껏 답해줬다. 학교폭력의 예방법을 묻는 질문엔 어른들의 관심을 강조했다. 예전엔 폭력이 일어나면 어른들이 나서서 말렸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봐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삶에 대한 어른들의 무관심이 안타까워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한다. 나를 비롯한 학생기자들에게도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는 어른이 돼 주길 당부했다.

개그맨으로서의 삶을 말하는 부분에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여전히 관객들이 자신을 보고 웃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가끔 힘든 순간도 찾아오기도 했지만 그 뿌듯함이 더 커서 개그맨으로 롱런할 수 있었다고. 개그 아이디어는 언제, 어디서든 얻는다고 한다. 평소 거리를 걷거나 아무 생각 없이 잡념에 빠져있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또 이런 자신의 삶을 지지해주는 ‘국민요정’ 아내 정경미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중 독자들이 본 연극 '친구야 놀자'

이유진(서울 신길초 6) ★★★★★

이 연극을 통해 알게 된 것. 첫째, 학교폭력을 하면 안 된다는 것. 둘째, 잘못하거나 실수한 일이 있을 때는 바로 사과를 해야한다는 것. 셋째, 학교폭력 신고번호는 117이라는 것이다. 학교폭력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진지하고 교훈적인 연극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빗나갔다. 심각한 이야기를 재미있는 개그로 풀어서 재미도 2배, 내용도 2배 이해가 잘 됐다. 또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진행한 삼행시 짓기, 환호성 지르기 등 관객들과 호응하는 분위도 좋았다.

이채희(서울 중화초 3) ★★★★★

공연을 보는 내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웃었다. 앞으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겠다는 마음도 많이 들었다. 많은 친구들이 이 공연을 보면 학교가 더 좋은 곳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 원하는 학교는 직접 찾아가서 공연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윤형빈 개그맨은 재미도 주고 좋은 일도 많이 하는 분 같다.

임유민(경기도 장내초 5) ★★★★☆

친구야 놀자 연극을 보면서 ‘난 앞으로 친구를 따돌리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폭력 내용을 개그로 풀어서 재미있게 보았다. 하지만 개그 요소가 너무 많아서 교훈적인 부분이 약했다는 생각이 들어 별점을 하나 깎았다. 앞으로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황정옥 기자·이연경 인턴기자 ok76@joongang.co.kr, 동행취재=장성식(서울 휘경중 1) 학생기자,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연극 ‘친구야 놀자! 프렌딩’은… 윤형빈 소극장과 NGO 프렌딩이 학교폭력의 예방과 치유를 위해 기획했다. NGO 프렌딩은 학교 폭력, 왕따를 예방하는 청개구리 학교를 운영하고 7월 9일을 친구데이(청소년의 날)로 제정하는 등 청소년 권익과 문화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다. 앞으로 학생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 가는 개그 공연으로 꾸릴 예정이다. 윤형빈 소극장에서 단체 관람하는 형태, 학교의 신청을 받아 개그맨들이 학교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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