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 앞두고 100억대 표절 소송 … 법정으로 간 ‘암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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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암살’은 내 소설의 줄거리를 묘하게 비틀어 만들었다.”(최종림 작가)

“‘암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설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최동훈 감독)

 개봉 22일 만에 관객 932만 명을 동원한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작가 최종림(64)씨가 지난 10일 오전 ‘암살’ 제작사 케이퍼 필름과 배급사 쇼박스를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최 작가는 자신이 지난 2003년에 낸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생각나눔)를 영화가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영화 상영금지가처분 신청도 함께 접수했다. 최 작가는 이 소설을 지난 4일 재출간했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다. 최 작가는 “‘암살’이 백범 김구 선생이 저격대를 모집해 조선으로 침투, 친일파와 일본 요인들을 암살한다는 소설의 줄거리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동훈 감독은 “영화와 소설은 배경부터 다르다. 영화는 1933년 활동했던 독립군의 역사적 토대를 바탕으로 한 반면, 소설은 임시정부 특수부대가 독립을 쟁취했다는 가상의 역사를 재구성했다”고 반박했다. 쟁점이 된 장면 묘사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최 작가는 “‘암살’ 말미에 김구 선생이 희생된 독립투사를 위해 술잔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소설에서 정안수를 떠놓고 대원들을 위해 기원하는 장면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감독은 “해당 장면은 이름 모를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기억하자는 영화적 표현이며, 보편적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연출된 장면”이라고 반박했다.

 ‘암살’ 표절 논란은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최 작가는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해 제작사에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승소할 경우 창작물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케이퍼 필름 안수현 대표는 “소설을 검토한 결과 소설과 영화는 명백히 다르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12일 제출했다”고 말했다. 최 작가 측 신중광 변호사는 "작가가 2003년 소설 출간 전 쓴 시나리오에서 김구 선생이 여성 저격수가 중심이 된 암살조를 투입한다는 설정이 있었다 ”고 주장했다. 이에 케이퍼 필름 측 송재섭 변호사는 “ 여성 저격수가 등장한다는 설정만으로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용진·임장혁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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