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수·연출자 꿈, 우리 힘으로 직접 만들어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16~18세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팀 아련새길. 이번 공연에선 총 9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사진 아련새길]

가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상업고등학교로 옮겼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짜증이 밀려왔다. 술과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방황은 끝나질 않았다. ‘다시 태어나면 가수를 할 수 있을까?’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18살 허재범(뒷줄 왼쪽에서 셋째)군의 이야기다.

 “국·영·수로 꿈을 이루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허군은 그 방법을 찾은 듯 하다. 요즘 그는 오는 광복절 있을 ‘h.our way’ 콘서트 준비에 한창이다. 그가 맏형으로 있는 팀 ‘아련새길’이 기획한 공연이다. ‘어리고 아름답게 새 길을 개척해 나가자’는 뜻을 담은 아련새길은 16~18살 고등학생 15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로 가수·공연연출자·무대기획자·사진작가 등 저마다의 꿈을 갖고 있다.

 아련새길은 올해 3월부터 공연과 관련된 재정관리·홍보·무대기획·연출 모두 어른들의 도움 없이 해내고 있다. 자금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지금도 계속 받고 있는데 목표 금액의 154% 이상이 모였다. 장소는 전북 완주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 공연은 오후 6시부터 90분간 진행된다. 임재범의 ‘비상’ 등 가요부터 마룬5의 ‘Lucky strike’ 등 팝송까지 다양한 곡을 각자 개성에 맞게 편곡했다. 허군은 “‘너네가 무슨 콘서트를 하느냐’며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우리가 꿈을 향해 이렇게 나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말에는 서울에서도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패기는 가득했지만, 쉽지 않았다. 체계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다. 무엇보다 15명의 개성이 제각각이라 의견 조율을 하다 다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해체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제와서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각자 역할을 철저히 분배하고 카카오톡을 이용해 수시로 회의했다. 소통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뮤지컬 기획자가 꿈이던 예주는 좀 더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해보고 싶어졌다. ‘넌 안 된다’는 주위 사람들 말에 늘 의기소침하던 정연이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늘 게으름을 피우던 준혁이는 책임감을 배웠다. 아련새길 멤버들에게 생긴 변화다. 허군은 “꿈을 꾸면, 그리고 행동하면 누구나 그것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망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10대 또래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얘기란다. 허군을 비롯한 아련새길 멤버들은 그렇게 또 한 뼘 성장하고 있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