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박 대통령 방중 말린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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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국무부는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승전 70주년 기념식(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참석 여부는) 한국 정부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말했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한국 언론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박 대통령이 중국 행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어떤 지도자에 대해서도 참석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도 미국이 이번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고 보도한 일본 교도(共同)통신의 9일자 워싱턴발 기사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확인한 바 있다.

 이날 미 국무부가 ‘주권적 결정 사항’이란 표현을 쓴 것은 “어떤 선택을 하건 그건 한국에 달려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다음달 말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의 방미를 앞두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오는 14일로 다가온 ‘아베담화’가 국내외의 압박,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뜻을 반영해 ‘사죄’ ‘침략’ ‘통절한 반성’ ‘식민지 지배’의 4개 핵심 단어를 포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아베담화’를 이유로 중국에 가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아무리 동맹이지만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는 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며 “어디까지나 우리가 종합적 판단을 통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념식에 초청은 받았지만 이번 행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을 고려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는 열병식이 포함되는 등 단순한 승전 기념 퍼레이드를 넘어 중국이 군사적 패권을 대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짙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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