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뢰서 지뢰로 바뀐 공격 루트 … 우리 군 반격 피하려 DMZ 도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군 공격 루트가 바뀌었다. 이번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가 타깃이 됐다. 어뢰에 의한 천안함 폭침사건(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전(2010년 11월 23일)에 이어, 육상에서 목함지뢰로 5년 만에 도발을 해왔다.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 동향은 심상찮았다. 지난달 초 국방부는 “최근 북한군이 예년과 달리 야간에 철책 안으로 매복조를 투입시키고 있다”며 “매복조가 철책 안에서 2박3일씩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이 철책을 넘어 휴전선 인근까지 접근해 매복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서부·중부·동부전선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런 움직임이 포착됐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군이 DMZ에서 활발히 활동한 것은 우리 군의 약점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GP(감시초소)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부담스럽기에 추진철책 통문을 이번에 공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방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를 활용한 데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군의 반격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 후 도발 원점(原點)과 지휘 세력을 즉각 타격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북한으로선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뢰 공격의 경우 도발 원점 공격 자체가 무의미하다. 적 병력이나 군사시설, 지휘부가 위치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발생 지점도 군사분계선(MDL) 남쪽 비무장지대다. 남측 GP와 GP를 연결하는 추진철책 통문이다. 따라서 한국군이 즉각 반격하기가 불가능했다.

 또 다른 이유는 북측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유실된 목함지뢰는 북한 접경 지역인 경기도 연천군과 강화도에서 여러 차례 발견됐다. 유엔군사령부와 국방부의 합동조사 결과 이번 사건의 폭발물이 북한군의 목함지뢰로 확인됐지만, 북측은 이를 유실된 목함지뢰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명확한 의도를 갖고 감행한 공격임을 규명하는 건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 게다가 비무장지대에는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5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군의 지뢰도 70만 개에 달한다. 자칫 천안함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남남갈등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북한이 17일 시작되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앞두고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주장도 군 내에서 한다. 특히 지뢰 공격은 군의 DMZ 내 작전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