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승식에 박 대통령 대신 김장수 참석 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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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이 다음달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 승전 70주년 기념식(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 대신 김장수(사진) 주중 한국 대사의 참석을 한국 정부에 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박 대통령에게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뜻을 표명한 적이 없다”는 백악관의 입장과 정면 배치돼 외교적 논란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10일 “미국은 지난달 한국 정부에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국은 또 한국이 꼭 참석하려면 대통령 대신 김 대사를 보내도록 권유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어 “그러나 한국 정부는 동맹인 미국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 등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 열병식에 김 대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외국 대사를 행사에 초청한다는 방침을 이미 정했다. 따라서 김 대사의 열병식 참석은 미국의 권유와 관계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중국 소식통은 “당시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하면 6·25전쟁 당시 적국의 군사 대국화 퍼레이드에 동조하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이는 한·미 동맹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으로선 경제 관계는 물론 북핵 문제 등 중국과의 협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미국에 ‘대통령 불참’이라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미국이 박 대통령의 열병식 불참을 요청했다고 9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와 백악관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중국 언론은 이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동방조보(東方早報)는 10일 “미국은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하면 한·중 관계는 더 가까워지고 한·일 관계는 더 냉각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다음달 열병식을 통해 첨단 무기를 대거 공개하며 중국의 군사 강국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알릴 계획이다. 현재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지역 경제·군사협력체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 정상들만 열병식 참석을 확인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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