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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골술·줄기세포 치료 병행…○자형 다리가 쭈~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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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연희(55·여·가명)씨는 1년 전부터 양쪽 무릎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관절에 파스만 붙이기를 수차례, 동네 병원에서 주사도 맞아 봤지만 효과는 잠시였다. 그러다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봤더니 휜 다리 때문이라고 했다. 무릎이 점점 ○자 형태로 휘면서 무릎 아래 뼈와 위 뼈를 연결하는 관절 안쪽의 연골이 닳아 있었다. 그녀는 휜 다리를 교정받은 뒤에야 통증에서 해방됐다.

여성은 폐경기가 지나면 여기저기가 아프다. 관절 부위도 예외가 아니다.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뼈의 칼슘이 빠져나가고 관절을 보호하는 단백질 성분도 적어져서다. 전체 관절 중 특히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이 많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무릎관절증으로 내원한 여성 환자는 한 해 170만여 명으로 고혈압·급성기관지염 다음으로 많은 진료비를 썼다.

휜 다리 방치 땐 관절염 심해져

무릎이 아픈 원인은 대부분 노화 때문이다. 강남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운동을 하면 튼튼해지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무릎관절은 쓰면 쓸수록 소모된다. 연골이 닳으면 이때 염증과 통증이 생긴다. 보통은 염증을 없애는 약을 쓰고, 무릎연골을 재생하는 주사나 처치를 받으면 낫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원인도 있다. 다리가 휜 경우다. 복사뼈 안쪽을 붙이고 발끝 부분이 서로 닿게 모은 상태에서 양 무릎 사이가 약 5㎝ 이상 벌어지면 다리가 휜 ‘내반슬’일 확률이 높다.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거나 좌식생활이 많은 중년 여성에게 잘 생긴다. 쪼그리고 앉는 습관이 있어도 고위험군이다. 다리가 ○자로 점점 휘면서 양쪽 무릎관절 안쪽 부위에 하중이 실린다. 이 부분이 계속 마찰을 일으키면 연골이 닳고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고 원장은 “무릎관절 전체가 골고루 닳는 일반적인 퇴행성관절염보다 통증이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이런 내반슬은 그대로 놔두면 큰 문제가 생긴다. ○자 형태로 더 벌어질수록 무릎관절 안쪽에 실리는 체중 부담이 크다. 안쪽 연골끼리 부딪치는 면적과 강도가 커지면 연골판이 파열될 수 있다. 급기야 뼈끼리 부딪쳐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자형 휜 다리가 해결되지 않으면 하체 균형이 깨져 척추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런 휜 다리는 수술로 바로잡아야 한다. 무릎관절 자체를 수술하는 게 아니라 관절 아래 정강이(종아리)뼈를 바르게 배치하는 방법이다.

우선 정밀검사로 다리의 변형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양 무릎 안쪽 피부를 약 6㎝ 절개한다. 다음으로 양쪽 정강이뼈 안쪽 윗부분을 설계한 각도만큼 벌린 뒤 무릎 변형을 바로잡는다. 이들을 금속기구로 교정한다.

이후 벌린 정강이뼈 부위에 젤리 형태의 골 형성 유도체를 채워넣는다. 연세사랑병원 권오룡 원장은 “관절 자체를 교체하는 인공관절 수술에 비해 간단한 치료다. 관절염 진행을 막아 통증의 근본 원인을 없애고 자신의 관절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휜 다리 절골술 후에는 약 6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연골도 재생된다. 위 뼈와 아래 뼈를 잇는 금속기구는 약 1년 후 제거한다. 부러뜨린 뼈 부분은 2~3개월이면 재생돼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 치료도 병행하면 좋다. 줄기세포는 미분화된 세포를 말한다. 환자 본인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손상된 연골에 주입하면 연골 재생이 빨라진다. 권 원장은 “환자 몸에서 직접 채취한 세포를 이용하므로 부작용이 적고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연세사랑병원은 휜 다리 수술(절골술) 후 줄기세포 치료를 병행한 임상 결과를 국제학술지(Arthroscopy지 2014년 8월호)에 싣기도 했다. 양 무릎 안쪽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50대 중·후반의 환자를 대상으로 절골술만 시행한 환자(23명)와 절골술 후 줄기세포 치료를 병행한 환자(21명)를 비교 평가했다.

인공관절 수술보다 치료 간단

그 결과, 절골술만 시행한 환자군은 연골 생성이 약 10%였지만 줄기세포 주사를 함께 맞은 그룹에서는 연골 생성이 50%로 월등히 높았다. 통증 감소 정도도 차이가 났다. 절골술만 시행한 환자군은 수술 전 통증지수(VAS)가 45.4에서 16.2로 낮아졌다. 줄기세포 치료를 같이한 환자군에서는 수술 전 통증이 44.3에서 10.2로 줄어 통증 감소율이 더 높았다. 고 원장은 “절골술 후 빠른 회복을 원한다면 줄기세포 치료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술 후에는 재활치료를 시작한다. 누워서 다리 드는 운동 등으로 허벅지와 무릎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좋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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