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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뉴 비즈니스] 의류보관 '가드 로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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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계절이 바뀐 옷들을 무더기로 맡겨놓고 몇달 동안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세탁소의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한다.

세탁소 주인에겐 이 옷들이 지겹겠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집안의 수납공간을 줄일 수 있는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얼굴이 두꺼워야 하겠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세탁물을 제때 안 찾아갔다가는 엄청난 연체료.보관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 맨해튼에 사는 비즈니스 우먼인 킴 아크타르(38)는 이러한 상황을 '옷 보관 및 관리 대행'이라는 사업 아이디어로 바꿔놓았다.

월 회비를 내면 회원들의 옷을 언제든지 입을 수 있는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가 인터넷이나 전화로 요청하면 바로 배달해 주고 입은 뒤에 다시 회수해가는 사업이다.

맨해튼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건물이 낡고 좁은 데다 웬만한 원베드룸(방 한칸+거실)도 월세가 수천달러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그래서 평균 1백벌 이상의 옷을 갖고 있다는 '멋쟁이 뉴요커'대부분이 별도의 옷방은 꿈도 못꾸고 이곳 저곳에 처박아 두기가 일쑤인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아크타르는 2001년 은행에서 빌린 돈을 합해 20만달러로 맨해튼 남쪽에 대형 창고를 임대한 뒤 '가드 로브'(www.garderobeonline.com)라는 회사를 차렸다. 예상은 적중했다.

'월 2백25달러'(옷 80벌, 신발 10컬레, 내의.양말 보관용 박스 2개)로 책정한 회비가 너무 많지 않을까 싶었던 것도 괜한 걱정이었다. 무료로 해주는 배달.회수도 웬만한 곳은 걸어서 갈 수 있는 지리적 장점 때문에 별 부담이 없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에 '가상 옷방'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것이 인기를 끌었다. 이는 고객이 옷을 맡길 때 일일이 사진을 찍어 둔 뒤, 종류별 보관 현황을 사진으로 인터넷에 올려 보여주는 서비스다.

회원제의 특징을 살려 배달 요청을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을 뿐더러 간단한 수선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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