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의 시대공감] 롯데 사태 후 챙겨야 할 두 가지 핵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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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호 31면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8월 폭염만큼이나 뜨겁다. 온 국민과 정치권의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모든 언론이 형제간 혹은 부자간 지분구조와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나아가 가족관계나 한국어 구사능력 혹은 국적과 출신학교를 가지고 갑론을박한다. ‘형제의 난’과 같은 막장 드라마라는 사람도 있고 윤봉길 의사가 던진 폭탄에 한 쪽 다리를 잃고 일본이 패망했을 땐 목발을 짚고 항복 문서에 서명했던 시게미쓰 마모루(重光葵)를 들면서 롯데를 전범가족이 지배하는 회사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불매운동을 운운하는 사람도 있고 이참에 재벌구조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열을 올리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한국 5대 기업집단인 롯데 사태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첫째, 롯데가 일본 기업인 것이 문제인가? 한국 롯데그룹의 매출의 95%가 한국에서 일어나니까 한국 회사라는 주장이 있다. 롯데그룹의 모태 회사인 롯데제과는 1967년 일본의 ㈜롯데가 자본금 3000만 원으로 만든 회사다. 그리고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 롯데의 대주주는 일본의 롯데홀딩스(19.07%) 등 대부분이 일본인 혹은 일본 회사이다.

따라서 호텔 롯데와 롯데그룹은 소유구조상 일본 기업이라고 봐야 한다. 장사하는 곳, 즉 사업 영역이 한국이고 한국법에 의해 현지 법인이 설립되기는 했어도 롯데그룹 전체는 한국 기업이 아니다. 그러나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고 해서 특별히 배척할 것은 없다. 고용을 창출하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면서 국내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면 그것이 어느 나라 기업이든 무슨 상관이 있는가. 따라서 롯데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국가적 손실만 가져다줄 뿐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둘째, 극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거대 재벌을 흔드는 지배구조가 문제인가? 롯데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거의 모든 재벌이 극미량 지분을 가지고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소유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치권이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왔고 당연히 시정되어야 할 적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태껏 한 번도 제대로 고치지 못한 현실적인 저항이 있지 않은가. 경제민주화를 핵심 대선공약으로 걸었던 이 정부마저도 제대로 풀지 못한 과제인데,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쉽게 풀 수 있겠는가.

셋째, 신동빈 회장의 글로벌 확장 경영전략이 문제였는가?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직을 맡은 이후 그는 동양카드, 미도파 백화점, T.G.I.F. 등의 인수와, 서울·부산의 제2롯데월드 건설, 명동 일대 롯데 타운 건설 등 ‘팽창 롯데’ 정책의 핵심을 주도했었다. 주력 계열사의 통상적인 업무는 신격호 회장이 챙기고 새로운 사업은 모두 그가 챙겨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2000년 한 인터뷰에서 “이제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제과의 경우에도 한국 시장만 바라보던 때는 지났다.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글로벌 전략-새로운 분야진출-변화’를 주도했다. 여기서 새로운 분야란 유통, 택배, e-비즈니스, 편의점 사업, 소매금융 등을 말한다. 신격호 회장이 검약내실형 경영 스타일이었다면 신동빈 회장은 외형확장형 경영 스타일로 서로 다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롯데 사태에 관해 핵심이라고 보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동빈 체제에서의 실적이 어떠했는가 하는 점이다. 중국 진출 등 그동안의 글로벌화 전략과 새로운 유통 및 소매금융 분야 등 신규사업 진출에서 과연 어떤 성과가 났는지 궁금하다. 만약 성과가 매우 좋지 않다면 여론의 비판과 함께 주주총회에서 마땅히 책임을 물려야 한다.

다른 하나는 롯데그룹이 그동안 팽창정책에서 국내외 금융회사로부터 얼마나 차입했는가 하는 점이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소문이 난 롯데그룹이기는 하지만 제2롯데월드, 카드, 캐피탈금융, 손해보험 등의 소매금융 업무 인수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모두 자체 조달했을 리는 만무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한국의 내수가 부진한데다가 조만간 국제적으로 고금리가 도래한다면 아무리 튼튼하다는 롯데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이것이 혹시 한국 금융불안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챙겨봐야 한다는 말이다.

재무구조와 부채구조에 대한 감독은 금융당국의 몫이다. 불행하게도 상당수의 롯데기업이 비상장 기업이어서 경영성과와 재무구조를 확실히 알 방법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과거 국제그룹이나 한보 혹은 기아사태를 되새기면서 염려가 되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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