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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고민 … 반 신동빈 세력이 장악한 ‘호텔 34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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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그가 머물고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을 두고 롯데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진원지이자 앞으로의 사태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폭풍의 눈’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에서는 신동빈(60)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영자(73)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 ‘반 신동빈 세력’이 34층을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여서 더욱 께름칙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매월 챙기는 주요 사업 보고에 신 전 부회장과 신선호(82) 일본 산사스 사장이 배석하는 경우가 많아 보안 유지에 어려움이 따르고 ‘한 지붕 두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임직원 우려가 크다”며 “이참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업무와 주거 공간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 전형적인 ‘워커홀릭(workaholic·일 중독자)’이기 때문에 34층 정리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실제 신 총괄회장은 부산롯데호텔 개장 당시에도 한밤중에 나이트가운만 걸친 채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기 자리가 좋으니 이곳에 자동판매기를 설치하라”고 지시했을 정도였다. 일하는 곳이 곧 잠자는 곳인 셈이다.

 접근도 쉽지 않다. 34층의 구조는 스위트룸이 있는 다른 호텔의 층과 비슷하다. 이 층에는 본래 스위트룸 3실가량이 있었으나, 나머지 객실은 비워두고 벽을 세워 막아버렸다. 34층에는 롯데호텔 신관 맨 왼쪽에 있는 의전용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다. 신영자 이사장 등 직계가족과 총괄회장 비서실 직원들만이 카드키를 갖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자동문이 하나 있다. 그 문을 카드키로 다시 찍고 들어가야 신 총괄회장의 거처다. 거실 형태의 집무실에는 10명이 앉을 수 있는 타원형 테이블이 있어 회의를 주재할 수 있다. 그 외에 신 총괄회장의 침실이 있고 별실에는 필요 시 가족들이 묵을 수 있다.

 침입자가 들어올 경우에는 무조건 몸싸움을 해 엘리베이터로 다시 탑승시키거나 제압한다. 33층이나 35층 등 인접한 층에서 비상계단으로 들어올 경우에 대비해 34층 양쪽 비상계단에도 남성 직원이 1명씩 배치돼 있다. 이번 사태처럼 1층 로비로 취재진이 몰려들 경우에는 호텔 지하 물류창고나 주차장 등 10여 가지 우회로로 올라갈 수 있다.

 비서실 사무 공간은 호텔 뒤에 있는 롯데쇼핑센터빌딩 26층에 있다. 23년째 신 총괄회장을 보필하는 김성회(72) 롯데쇼핑 전무가 비서실장이다. 김 전무는 롯데리아 이사 시절 비서실로 옮겨온 이후 신 총괄회장을 그림자처럼 모셔온 인물로, 신 총괄회장의 잠행 때 동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롯데 임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비서실 직원은 10여 명으로, 의전과 수행을 맡는 남성 직원 4~5명은 모두 무술 유단자다.

 신 총괄회장 비서실 직원들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건물 외부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실제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성북동 자택에서 가족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31일에는 롯데호텔 34층 주변을 비행하는 드론이 발견됐다. 드론은 34~35층을 배회했고, 이에 비서실 직원들은 급히 유리창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가리는 한편 경찰에 신고하는 소동을 벌였다.

심재우·이현택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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