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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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신동빈(60)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입국 9일 만에 일본으로 돌아갔다. 신 전 부회장은 7일 오후 7시 10분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 전 부회장은 경비용역업체 직원 10명의 호위를 받았다.

출국장에서 신 전 부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꽉 다물고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신 전 부회장이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탓에 이날 기자들은 일본어로 "일본에 가서 뭘 할 것인가"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는 있었는가" "아버지는 판단 능력이 있는가" "주주총회 대비는 어떻게 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출국장에는 국내 언론과 일본 매체 등 기자 30여명이 있었다.

지난달 29일 김포로 입국한 신 전 부회장은 이후 일주일 넘게 집중적인 언론플레이를 펼쳤다. 지난달 3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회장 임명’ 문건과 신 총괄회장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이어 이달 2일에는 KBSㆍSBS와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화가 나 손찌검을 했으며 ▶자신은 일본 롯데홀딩스 우호 지분을 충분히 확보했고 ▶경영권 분쟁에서 이겨 신 총괄회장과 자신 등 해임된 이사들을 복귀시키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이날 신 총괄회장이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는 원고를 낭독한 영상도 촬영해 방송에 공개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어를 한 마디 하지못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이 때문에 2일 인터뷰에서는 “일이 바빠 한국어를 잊었다”는 해명과 함께 “재손하무니다(죄송합니다)”라고 서툰 한국어로 사과를 하기도 했다.
당초 신 전 부회장은 지난 3일 출국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신 전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씨만 이날 오전 출국했다. 롯데그룹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곁에 머물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에게 할 말도 있고 신 회장 입국 후 추이를 살피느라 체류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국내 상황이 차츰 정리되고 일본에서 (주주 등) 만나야 할 사람도 있어 마냥 한국에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문병주 기자,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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