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金利 한때 3%대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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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장기금리 지표인 국고채 금리가 11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연 3%대로 진입하면서 하루짜리 콜금리(4%)를 밑도는 역전현상을 빚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5%포인트 떨어진 3.99%까지 거래된 후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다소 오른 연 4.03%에 마감됐다.

◇왜 떨어지나=국고채 금리의 하락은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의 투자 축소→가계의 소비 감소→기업의 생산 축소라는 악순환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기업의 자금 수요가 줄고 시중에 돈이 남아돌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풀리지 않으면서 위험이 적은 국공채로 돈이 몰리고 있다"면서 "장기금리와 단기금리의 역전현상은 앞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우려했다.

금융시장의 불안도 국고채 금리의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카드채나 회사채를 외면하고 국공채에만 돈이 몰리면서 채권시장에서 자금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게 될 전망이다.

◇경기침체 부채질=국고채 금리의 3%대 진입은 콜금리를 4%로 낮췄을 때부터 예견됐다. 경기둔화와 세계적인 금리 하락 추세가 겹쳐지면서 콜금리 인하의 기대감을 미리 반영해 왔다는 얘기다.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 사상 최고치인 3만3천8백계약의 국채선물을 사들여 앞으로도 금리의 하락세(채권 가격의 상승)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 물량 대부분은 9월물로 연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추가적인 금리 하락이 불가피해져 금융권을 이탈해 부동산을 기웃거릴 부동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금리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콜금리 아래로 떨어짐에 따라 금리의 바닥을 전망하는 것도 어렵게 됐다.

◇진퇴양난의 정책 당국=정책 당국은 장기금리 급락에 대해 당혹해 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채권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로 경계감을 표시했다.

그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달 말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은도 뒤따라 금리를 내릴 것으로 단정한다면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입장이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만큼 콜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지만 콜금리를 내릴 경우 장기금리의 하락과 자금의 단기 부동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콜금리 인하 여부를 둘러싸고 금통위원들 간에 논란이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이번에는 콜금리를 현 수준에서 묶어둘 가능성이 크지만 다음달 이후에는 콜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확실성 제거가 관건=기형적인 저금리 구조를 해소하는 길은 넘쳐나는 시중의 돈이 제대로 돌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백 이사는 "현재 저금리 현상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자금의 흐름을 막고 있다는 얘기다. 정문건 전무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동호.장세정.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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